애플처럼 창조한다는 것 (12회)



이제 하드웨어에서는 다른 제품보다 두 배 뛰어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운이 좋다면 1.33배라든지 1.5배 정도로 빠른 컴퓨터를 만들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마저도 6개월 정도면 모두에게 따라잡히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라면 아직 가능성이 있습니다.


- 스티브 잡스, 1994년 <롤링스톤> 매거진과의 인터뷰 중에서





우리가 애플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두 하드웨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애플은 하드웨어 회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드웨어라고 생각하는 아이팟도 스티브 잡스는 그냥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아이폰과 매킨토시도 소프트웨어다. 스티브 잡스에 의하면 애플은 그냥 아름다운 상자 안에 맥 OSX라는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라고 한다. 그의 논리대로 하면 아름다운 상자 안에 맛있는 초콜릿을 파는 회사를 상자 회사가 아니라 초콜릿 회사라고 하듯이 애플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분명하다. 우리가 애플을 하드웨어 회사로 보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애플이라는 회사 전체를 잘못 볼 수 있다. 


세상에 애플처럼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는 많다. 그런데 애플처럼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정도 밖에는 없다. 즉 애플은 소프트웨어로 특별한 회사이지, 하드웨어로는 애플을 능가하는 회사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애플이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은 스티브 잡스가 자주 인용하는 앨런 케이의 명언인 “소프트웨어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하드웨어를 만들고 싶어 한다.”에 답이 있다. 애플은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완벽하게 작동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역사적인 히트작들을 뒤돌아보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먼저 생각했다. 매킨토시를 만들 때 애플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하드웨어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접근한 것이 아니다.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라는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매킨토시의 위대함은 소프트웨어에 있는 것이지 거기에 사용된 컴퓨터 부품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부활할 수 있었던 것도 소프트웨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픽사는 원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회사다. 하지만 하드웨어 사업부를 포기하고 남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서 토이스토리를 제작할 수 있었다. 넥스트가 애플에 인수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플에 돌아온 스티브 잡스가 회사에 남아 있는 거라곤 브랜드와 맥 OS밖에 없다고 밝혔을 정도로 애플을 지탱해준 생명줄 역시 소프트웨어였다.


<포춘>에 의하면 애플에 돌아온 스티브 잡스의 특징은 소프트웨어로 요약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를 들고서 애플로 돌아왔으며, 소프트웨어 덕분에 애플을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애플에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에 응용프로그램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나서서 외부 소프트웨어 업체에 제발 매킨토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스티브 잡스는 번번이 거절을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특히 한때 형제 관계였던 어도비마저 애플의 러브콜을 거부하자 이에 충격을 먹은 스티브 잡스는 고육지책으로 어쩔 수 없이 회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쉽게 관리하게 해주는 아이포토(iPhoto), 캠코더로 찍은 영상을 편집하게 해주는 아이무비(iMovie), DVD 제작을 쉽게 해주는 iDVD 등이 바로 그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컴퓨터가 일종의 허브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캠코더를 컴퓨터에 연결해서 동영상을 편집하거나 디지털 카메라를 컴퓨터에 연결해서 사진을 정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PDA와 휴대전화도 컴퓨터에 연결해서 데이터를 관리했다. 이렇게 컴퓨터가 각종 멀티미디어기기와 연결되는 허브가 되어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스티브 잡스는 이런 변화에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맥이 새로운 디지털라이프의 허브가 되어서 PC 혁명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여 스티브 잡스는 2001년 디지털 허브 전략을 수립한다. 디지털 허브 전략은 애플이 컴퓨터 업체에서 소비자 가전업체로 변신하는 데 있어서 중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디지털 허브 전략이라는 큰 틀 아래 발표된 소프트웨어 중 하나가 바로 아이튠스(iTunes)였다. 아이튠스는 사실 애플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급하게 만든 소프트웨어였다. 경쟁사가 CD에서 음원을 추출하는 소프트웨어를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내장해서 판매하고 있었지만 애플은 그렇지 못했다. 애플은 사람들이 CD에서 음원을 추출하여 MP3로 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는 아이맥의 판매량에 직격탄을 날렸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될 정도로 상황은 꽤 심각했다. 스티브 잡스는 실수를 재빨리 만회하기 위해서 CD에서 음원을 추출하고 MP3를 재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지시했다. 


시간이 별로 없던 애플은 외부 소프트웨어 업체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마침 애플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었던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캐시디&그린(Casady & Greene)에서 사운드 잼 MP라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큰돈을 벌고 있었다. 애플은 캐시디&그린(Casady & Greene)의 전면적인 도움을 받아서 MP3 플레이어 제작에 돌입한다. 4개월 동안의 노력 끝에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2001년 맥 월드에서 디지털 허브 전략과 함께 밝혀진 아이튠스였다. 아이튠스는 CD에서 음악을 추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오디오 기능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급하게 만든 프로그램이라서 기능이 여러 가지로 미약했지만 다행히 탁월한 인터페이스를 갖추었고 무엇보다 무료였기 때문에 맥 사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때 스티브 잡스는 MP3의 가능성을 보았다. 스티브 잡스는 MP3를 재생하는 휴대용 기기들이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스티브 잡스가 보기에 MP3 플레이어를 제작하는 회사들은 한결같이 소프트웨어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애플에게는 아이튠스라는 강력하고도 인기 있는 음악 재생 관리 프로그램이 있었다. 소프트웨어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애플은 MP3 플레이어 시장을 진출할 때 발상부터가 달랐다. 애플은 단순히 휴대용 음악기기가 아니라 손안의 컴퓨터라는 개념으로 MP3 시장에 진출했다. 아이팟은 음악 소프트웨어 아이튠스와 연동되었으며, 아이튠스의 인터페이스를 아이팟 곳곳에 접목시켰다. 아이튠스라는 소프트웨어에 연결된 손안의 컴퓨터 아이팟은 2001년 발매되어 사람들의 디지털 라이프를 바꾸며 21세기 음악 혁명을 주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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