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전화벨소리에 잠에서 깼다. 흐리 멍텅한 정신 속에서 시계를 쳐다보니 오전 8시를 가리켰다.
‘잠이든지 3시간 밖에 안됐잖아’
진우는 밤 새도록 새로 나온 프로그래밍 기술이 담긴 책을 연구하느라고 밤새 컴퓨터 앞에서 공부를 했다. 겨우 3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한 진우는 현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수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우는 전화를 거는 쪽에서 지쳐서 끊겠지란 생각으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진우는 비개를 뒤집어 쓰고 전화벨에 의한 방음을 했다. 전화벨은 역시나 10번을 넘기지 못하고 끊어졌다. 진우는 벨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자세를 편히 잡고 다시 잠에 빠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전화벨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진우는 전화벨을 무시했다. 전화벨은 끊겼다 울렸다를 반복하며 시끄럽게 울려됐다. 진우는 전화벨이 끊길 생각을 하지않자 억지로 잠에서 빠져나와 몽롱한 상태속에서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 전화를 받았다.
"여……보…….셉….."
진우는 말할 기력조차 없어 "여보세요"라는 말도 끝맺을 수가 없었다. 수화기에선 반가운 듯 고막이 터져라 진우 이름을 불러됐다.
"진우냐? 역시 집에 있었구나……"
진우는 상대가 중희라는 걸 알고는 흐릿한 정신 속에서 떠듬거리며 말했다.
"중. 희. 구. 나 다.다.음.에 통.화.하.자."
중희는 진우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으려 하자 빠르게 말했다.
"끊지마 끊지마!! 중요한 일이란 말이요………"
"계속 전화를 하다간 난 죽고 말......."
진우는 중희의 말에 더 이상 상대할 기력이 없었는지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 수화기를 떨어뜨리듯 놓은 후 잠을 청했다. 중희는 진우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자 진우쪽에서 일방적으로 전화 끊은 것에 대해 화가 났다. 중희는 문득 진우가 전화를 끊기전에 말했던 죽고 말…… 이란 말이 머릿속을 스치자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데 무슨 일이지? 서울에서 돌아오고 처음하는 통화인데’
일방적으로 끊는다는 것도 이상하고 지금 생각해보니 목소리에도 힘이없었고 약먹은것처럼 헤롱헤롱 되는게 ..
‘약? 혹시.......’
중희는 등에 식은땀을 흘렸다. 중희는 아무 옷이나 대충 걸치고는 집에서 뛰쳐 나오다시피
진우의 집으로 향했다. 진우는 웃음을 짓고 잠에 푹 빠져있는 것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듯 했다. 시간이 지나서 초인종 소리와 다급한 듯 문을 쾅쾅 때리는 소리가 났다. 진우는 찾아올 손님이라 봐야 잡상인 정도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는 초인종 소리를 무시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차 작아지더니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잠시후 중희와 경비아저씨가 문을 따고 들이 닥쳤다. 중희는 진우가 침대에 다소곳이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급한 마음에 곁으로 다가가 있는 힘껏 빰을 때렸다.
"진우야 정신차려 정신차리란 말이야 힘든 게 있으면 나한테라도 먼저 상의 할 일이지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그래도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 봐야지….. 흑흑흑…"
중희는 심지어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진우는 뺨이 얼얼하고 중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자 힘없이 눈을 떴다. 진우는 분명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잠을 잤는데 눈앞에 중희의 모습이 보이자 몽롱한 정신 속에서도 이상한 듯 물었다.
"중희야?? 중희 니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여기가 어디야??"
중희는 진우가 죽은 상태에서 여기를 천당이나 지옥쯤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보자 자신이 따라 죽은 거라 생각해 물어온 질문이라 생각했다. 중희는 여전히 훌쩍거리며 진우의 말을 자르듯 말했다.
"걱정하지마 친구야….. 진우 넌 아직 안죽었으니깐… 안심해…. 여긴 너희집이야!!!"
진우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듯 힘없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죽다니? 누가?"
진우는 말을 하면서도 분명 자신의 집에서 문을 잠그고 잤는데 눈앞에 중희가 보이고 심지어 눈물까지 보이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내가 과로로 쓰러져 있는 건가? 지금 난 위험한 상태인건가?’
진우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자 잠이 모잘라 어질어질한 느낌이 꼭 죽기 직전의 하늘을 떠다니는 기분처럼 느껴졌다. 진우는 약간은 두려운 마음에 있는 힘껏 몸을 일으켰다. 중희는 진우가 일어나자 안심이라도 한 듯 손등으로 눈물을 흠치며 말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왜~~ 어리석게도 약 같은걸 먹을 생각을 했어? 이 바보야!!! 친구좋은게 뭐냐?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 전에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야지~~ 이렇게 혼자서 모든걸 포기하려 하다니……"
옆에서 지켜보던 경비아저씨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구급차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 진우는 머리가 아픈지 손으로 머리를 주무르며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약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진우는 잠이 들기 전의 일들을 침착하게 생각해봤다.
"분명 컴파일러를 완성하고 7시쯤에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피곤하긴 했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 였는데 내가 무슨 잘못되기라도 한 거야?"
중희는 뭔가 오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침착하게 물었다.
"컴파일러? 잠?"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컴파일러를 막 완성하고 긴장이 풀렸는지 바로 잠이 들었는데 대충 7시쯤 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몇 시쯤 된거지??"
진우는 벽에 걸린 시계의 시침이 9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자 말을 이었다.
"3시간 반 조금 더 잔건가? 그런데 지금 벌어진 상황 좀 설명해줄래?"
중희는 뭔가 오해한 기분이 들어 나오던 눈물을 마저 흠치고는 반문했다.
"그런데 아까 전화로 죽음이 어쩌고 한 건… 그건 뭐야???"
진우는 조금 전의 일을 잠시 생각 하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내가 그랬었나? 흠…... 아마 단잠에 빠져있는데 네가 잠을 깨우니깐 더 이상 잠을 못 자게 하면 잠이 모 잘라서 죽고 말거야란 얘길 한 것 같기도 한데……"
중희는 대충 사태파악을 하고 자신이 크게 착각했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옆에서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전화로 사태를 설명하고 위치를 말하려던 경비 아저씨도 지금 하는 얘기들을 모두 들었는지 전화에 대고 사과를 하고는 진우와 중희에게 버럭 소리를 질러 화를 내고는 나가버렸다.
"어른을 놀리다니 에이 못된 것들……."
진우는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이상 하다는 듯 물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설명 좀 해줄래?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도???"
중희는 착각하고 허둥 지둥된 자신에게도 화가 났지만 원인을 제공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담담히 묻고 있는 진우에게 더욱 화가나 침대 위에 있는 베개로 진우를 있는 힘껏 과격한 후 오피스텔에서 빠져 나왔다. 진우는 비게에 실린 힘이 워낙 강해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침대에 벌러덩 쓰러졌다. 진우는 아픔보다는 피곤함이 먼저였는지 지금 상황은 생각하기도 귀찮다는 듯 그대로 깊은 잠에 빠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진우는 배고픔을 느끼고 눈을떴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진우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오피스텔 바로 앞쪽에 위치한 도시락가게에서 도시락을 사다 먹고는 다시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진우는 침대에 눕자 오전에 중희에게 중요한 일이라며 전화가 왔었던 일과 조금 전에 벌어진 사건(?)이 떠올랐지만 조금 전의 일들은 현실이라고 하기엔 황당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좀전의 사건(?)을 꿈이라고 단정지었다. 진우는 온전에 중희에게 걸려온 전화도 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확인도 할 겸 해서 중희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중희의 무뚝뚝한 음성이 들려왔다.
"응~ 나야….."
중희는 진우라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화를 냈다.
"나라니 나가 누구야?"
진우는 중희가 화를 내자 이유를 몰라 웃으며 말했다.
"나 진우 혹시 오전에 전화하지 않았냐?"
중희는 여전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했다!! 어쩔래??"
진우는 중희가 단단히 뒤틀려 있자 자신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것 때문에 화가 나있는줄 알고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전화 일방적으로 끊은 것 때문에 삐져있는거냐??"
"삐지긴~~ 누가 삐져!!!~~"
중희는 자신의 착각으로 저질렀던 일들을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아니면 말고…… 그런데 중요한 일 있다고 전화했었던 것 같은데???"
중희는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아" 소리를 내며 화내는 것도 잊고 말했다.
"오늘 미팅이 있는데 사람수가 모자라니깐 너도 나오라고……"
진우는 아직 잠이 모자란 상태라 미팅보다는 잠을 더 자고 싶어 거절했다.
"미팅? 난 됐어 잠이나 잘래….."
중희는 자신의 호의를 거절하자 더욱 화를 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싫으면 관둬 너 말고도 사람은 많으니깐 자기 아니면 안되는 줄 알고 있어!!"
진우는 중희의 퉁명스러운 음성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
‘휴~ 이 녀석 나한테 단단히 뒤틀려 있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은 건 확실이 내가 잘 못한 거지만 이렇게 까지 화낼 일인가? 정말 속좁은 녀석이라니깐.. 근데 뭐 내가 어쨌든 잘못한 건 잘못 한거니 내가 한발 양보하기로 하자……’
"알았어~~ 알았어!!! 나가면 되잖아~~ 몇 시에 어디로 가면 되는데?"
진우는 시간에 맞 쳐 청바지와 우씨 제품인 잠바를 걸치고 바그다드 커피숍으로 나갔다. 진우는 커피숍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일행을 찾았다. 중희가 진우를 발견하고는 크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진우는 중희의 손짓을 보고 반갑게 웃으며 중희 곁으로 다가갔다. 테이블을 사이를 두고 중희가 앉아 있는 반대편에는 미팅 상대라 생각되는 3명의 여자들이 서로 수다를 떨며 즐거운 듯 미소 짓고 있었고, 중희를 중심으로 양쪽으로는 게임즈 동아리 소속이자,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정훈과 윤태가 앉아 있었다.
진우는 정훈과 윤태와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같은 과이다 보니 얼굴은 자주 보는 녀석들이었는지라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여자들에게도 정중히 인사를 했다. 여자들은 진우가 인사를 해오자 살짝 한번 쳐다 보고는 관심 없다는 듯이 자기들끼리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웃어됐다. 진우는 여자들이 자신을 힐끔거리며 쳐다보고는 웃어 되자 왠지 비웃는 듯 한 씹히는 기분이 들어 벌레씹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진우는 남자가 자신을 포함해 4명인것에 비해 여자는 3명밖에 되지 않자 중희에게 조용히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중희는 진우의 사전설명 없는 질문에도 단번에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빙긋 웃어 보이며 여자들은 듣지 못하겠끔 귓속말로 작게 대답했다.
"기다려 곧 올테니깐!"
진우는 중희가 여자를 밝히는 녀석이기 때문에, 이렇듯 미팅장소에 나온다는 자체가 중희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의 표정에서 너무 과도하게 즐거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진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희는 진우의 기분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능숙하게 여자들과 농담을 해가며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정훈과 윤태도 이에 질새라 생긴거 와는 어울리지 않게 갖가지 재롱을 떨어 여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진우는 연극영화과 학생들과의 미팅이라고 해서 피곤함을 이끌고 나온 것인데, 상대방 여자들이 자신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자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귀찮은 듯 기지개를 펴 보였다. 진우는 시간이 지나 테이블 너머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여자들의 외모를 관찰하면서 이들이 정말 연극영화과 학생들 인가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해 다시금 중희의 귀에다 입을 갖다 대며 작게 물었다.
"얘네들 정말 연극영화과 학생들 맞어??"
중희는 이번에도 역시 단번에 진우의 질문의도를 파악하고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유진처럼 미소녀나 나 같은 미소년만이 필요로 하는건 아니야, 개성파 연기자도 필요로 한다고 알아?"
진우는 얼굴을 가볍게 찡그리며 작게 대꾸했다.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여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타고난 외모다 라고 주장해오던 중희가 무슨 이유에서 인지 폭탄에 가까운 여자들을 상대하면서도 별로 신경 쓸 것 없다는 듯 너그러운 마음을 보이자 진우는 얼굴을 가볍게 찌푸렸다. 중희는 손을 휘휘 저어 조용히 기다리라는 표시를 해 보였다. 중희는 자신의 손짓에도 진우가 계속 불만을 표시하자 귀찮다는 듯 진우의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한번 문지르고는 살짝 밀어 놓은뒤 여자들과 다시 수다를 떨었다.
20분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세명의 여자들중에서도 그나마 괜찮게 생긴 여자애가 입구쪽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어 자신을 알렷다. 입구쪽에선 썬그라스에 모자를 눌러쓴 여자도 이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듯 손을 흔들어 보이며 다가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자는 썬그라스를 살짝 내려 커다른 눈을 뽐내고는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를 했다.
"내가 많이 늦었죠?"
중희는 지각정도는 상관없다는 듯 기분 좋게 활짝 웃음을 지은후 양손을 내밀어 절래절래 흔들었다.
"늦긴요 저희도 지금 막 왔는걸요 뭘! 그나저나 가까이서 보니 더욱 미인이시네요….."
여자는 중희의 칭찬에 피식 하며 웃었다. 진우는 여자의 미소를 보고서야 중희를 비롯한 남자들이 폭탄에 가까운 상대 여성들을 보고도 미소를 잃지 않고 싱글벙글거린 이유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진우는 문득 여자의 생김새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낯설지 않음을 느꼈다. 3명의 여자들은 막 나타난 여자와 정답게 인사를 하고는, 남자들은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듯 자기네들 끼리 재잘거리며 즐거운 듯 수다를 떨었다.
"왜 지금에서야 온거야? 미팅시켜 달라고 조를때는 언제구!"
늦게 온 여자는 양손을 합장하듯 모으고는 미소 지었다.
"으…… 정말 미안, 촬영하는데 세트가 무너지는 바람에 새로 고치고 다시 찍느라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오버했어…… 정말 정말 미안해!"
중희는 여자들이 너무 자기네 들끼리만 놀자 가볍게 헛기침을 하여 시선을 모은 뒤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중희는 먼저 자신을 소개하고는 자리에 앉은 순서대로 소개를 했다.. 진우는 여자 한명이 자신의 이름을 유리라고 밝히자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름이 유리에요? 제 동생 이름도 유리인데…… 이런 곳에서 동명인을 만나다니 신기하네요"
유리라는 여자는 진우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넘어가자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 했는지 거만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호호 유리라는 이름을 갖은 여자는 대부분 다 이쁘던데…… 동생도 저처럼 이쁜 가요?"
진우는 순간 멍해져서 유리라는 이름을 쓰는 여자를 바라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진우는 어색하게 웃고는 아리송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쨉이 안되죠~~~……. 어딜 감히~~!!!"
유리라는 여자는 진우의 말이 자신을 칭찬하는 말인 줄 착각하고는 싱글벙글 거리며 말했다.
"겸손하시네요……"
중희는 진우와 유리가 주고 받는 대화를 들으며 크게 웃었다.
“하하, 이것도 인연인데 둘이 아예 파트너 하지 그러냐? 인연을 위해서라면 미팅 파트너 선택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 할 생각은 없으니, 그런 건 염려하지 말고…… ”
중희는 폭탄인 유리를 진우에게 떠넘기려는 수작으로 말했고, 남자들은 한결같이 동의한다는 눈빛을 보냈다. 중희는 유리와 진우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아쉬운 듯 말했다.
“뭐 싫으면 할 수 없고……”
늦게 나타난 여자는 진우의 말에 눈 빛을 반짝이며 진우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눈빛에는 무척이나 반가워 하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 늦게 나타난 여자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진우는 모자와 썬그라스로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고 늦게 도착한 여자의 이름이 유키라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라워 했다.
진우는 TV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고, 연예인에게 관심을 둘 만큼 한가한 생활을 하는 게 아니였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연예인은 많지 않았지만, 유키라는 아이돌 스타를 모를 수는 없었다. 진우는 신기한 듯 유키를 바라봤다. 유키 역시 자신을 소개하면서 진우에게 눈길이 가 있었기 때문에 둘의 눈은 서로 교차됐다. 유키와 진우는 서로 눈이 마주치자 무척이나 반가운 듯 환하게 웃었다. 진우와 유키의 행동을 유심이 관찰하던 중희는 크게 위기감을 느낀 듯 서둘러서 입을 열었다.
"야야!! 진우야~ 유키씨 너무 무안하겠다…… 유키씨가 귀엽구, 이쁘구, 상큼해서 네가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겠지만~…… 그렇게 빔이 발사될 것 처럼 그렇게 쳐다보면……그래도 그건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 아니겠냐?"
중희는 유키를 칭찬하는 한편 진우를 무안하게 하려는 의도였지만, 여전히 이들이 서로 눈을 맞추고 있자 또 다시 헛기침을 하여 시선을 모은 뒤 입을 열었다.
"자자~ 왠지 분위기가 어색한 것 같은데….. 우리 서로 말을 놓는 게 어떨까? 나이도 모두 동갑이니깐 그게 서로 편할 것 같은데 말이야….. 반대하는 사람 있니?"
중희의 제안에 특별히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 말을 놓기로 결정을 봤다. 중희는 미팅 경험이 무척이나 많은 듯, 분위기를 쉽게 이끌어 갔다. 중희가 농담을 던질때면 여자들은 자신들이 여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듯 목을 뒤로 제껴 가며 큰소리로 웃어됐다. 유키조차도 아이돌이란 사실을 잠시 잊은 듯 깔깔되며 웃었다.
진우는 애초에 미팅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중희의 억지에 가까운 초대와, 연극영화과 라는 미끼가 작용해서 나오긴 했지만 이들의 대화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텔레비전속에서나 볼 수 있었더 유키가 얘기를 꺼낼때면 자신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을 하게 되는 진우였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어색한 미소를 나눌뿐 특별히 둘만의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서로가 어느 정도 상대를 파악했을 무렵 중희의 제안으로 파트너를 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파트너는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 의견 있는 사람?"
중희가 주위를 둘러 보며 말을 꺼내자, 여기저기서 많은 제안들이 쏟아졌다. 정훈와 윤태는 짝대기 방식으로 셋을 세면 맘에 드는 상대를 찍는 게 좋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여자쪽에선 그런 방식을 쓰면 남자들은 분명 유키만을 찍을 것이라며 결사 반대를 했다. 진우는 어떤 방법이든 관심 없는 듯 했지만 자기 역시 짝대기 방식이라면 분명 유키를 찍을 것이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유키를 여자로 느꼈기 때문이라기 보다, 유키와의 파트너가 되는건 그것 자체로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남자들과 여자들의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서로 아옹다옹하다 결국 정해진 것이 고전중의 고전인 여자들의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놓고 남자가 집어 파트너를 결정하자는 쪽으로 결정을 봤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눈을 가리는 사이에 자신의 물건들을 테이블위에 나열해놓고는 시침을 때고 있었다.
중희와 윤태, 정훈은 서로 먼저 뽑겠다고 싸우다 결국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하기로 하고 가위 바위 보를 했다. 가위 바위 ,보 순위에 따라 윤태가 가장 먼저 뽑고, 진우, 정훈 그리고 중희 순이였는데 중희는 새로이 뽑을 때마다 다시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공평성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우기는 바람에 모두들 짜증을 내며 중희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테이블위에는 손수건, 립스틱, 안약, 용각산 (목감기때 먹는약의 일종)이 차례대로 나열돼 있었다. 윤태는 손으로 물건 하나 하나를 만져가며 여자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을 살폈다. 윤태는 여자들의 작은 표정변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한번 깜빡이지 않고 물건 주인을 읽어내기 위해 여자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윤태는 표정만으로는 도저히 물건의 주인을 알아낼수가 없었는지 한참을 망설이며 생각에 잠겼다.
‘유키는 탈렌트지만 가수겸업도 하고 있으니 노래를 많이 부를 테고 자연히 목 상태가 안 좋을꺼야 그렇다는 건 용각산의 주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겠지’
윤태는 마침내 용각산과 안약주변에서 손을 맴돌며 시간을 끌더니 용각산을 들어 올렸다. 정훈과 중희도 윤태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윤태가 용각산을 집어 들자 얼굴색이 변하며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 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윤태가 희미하게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용각 산을 집어 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리의 이름을 갖은 여자애가 입을 열었다.
"어머머~ 그거 그거 내건데~~…… 내가 몸이 약해서 감기에 쉽게 걸리거든……."
윤태는 벌어진 사태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처참한 표정으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유리는 자신의 물건을 가방 속에 챙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인사를 한 후 윤태를 끌고 나가다 싶이 카폐를 벗어났다. 정훈과 중희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기분이 좋은 얼굴로 껄껄되며 큰소리로 웃어 윤태를 축복해줬다. 윤태가 빠져 남게 된 세 사람은 다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순번을 정했다. 중희와 진우는 가위를 내고 정훈은 주먹을 내서 정훈이 뽑을 차례였다. 정훈은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기자 좋아라 하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는 뭐니뭐니해도 주먹이지 아암 주먹이고 말고"
정훈은 잠시도 망설임 없이 대뜸 안약을 집어 들고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중희는 정훈이 아무 거리낌 없이 안약을 집어 들자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듯 모두 들릴 정도로 크게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용각산이 아니라면 안약밖에 없다. 유키는 탈렌트니깐 울거나 슬픈 연기를 할 때면 분명 안약을 쓸 것이 아닌가?’
중희와 정훈 모두는 안약의 주인이 틀림없이 유키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정훈이 자신감 있게 안약을 들어 올리자 입을 연건 눈이 작고 비교적 키가 큰 은영이라 불리는 여자였다.
"그거 내껀데 콘텍트 껴서 눈이 자주 충혈되거든~~~
"
중희는 안약의 주인이 유키가 아닌 은영이라는 사실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 정훈에게 보여주며 놀리기라도 하듯 세운 엄지 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게 뒤집어 "베이비"라고 말하며 놀려됐다. 정훈은 중희의 놀림에 더욱 짜증이 났는지 은영에게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한마디를 툭 내 뱉었다.
"그 작은 눈에 콘텍트를 끼니깐 당연히 충혈이 되지 안되냐?"
은영은 정훈이 워작 작은 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듣지 못했는지 되물었다.
"응? 뭐라고 했니?"
정훈은 푸념하듯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은영과 나란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중희는 얼굴의 승리에 가득찬 미소를 보였다. 진우는 남은 중희와 마지막으로 순번을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기 위해 주먹 자세를 취하며 중희가 가위,바위,보라고 외치기를 기다렸다. 중희는 갑자기 무엇을 발견했는지 "아" 소리의 감탄사를 내뱉으며 천장을 올려다 봤다. 진우는 중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반사적으로 중희의 눈길을 따라 같은 곳을 쳐다봤다.
중희는 그새를 놓칠새라 가위,바위,보라고 단숨에 외치고는 보자기를 냈다. 진우는 주먹에서 다른 것으로 바꿀 새도 없이 중희에게 지고 말았다. 진우는 중희의 얍삽함을 따지고 싶었지만 중희를 화나게 한 일도 있고 또한 먼저 뽑는다고 해서 꼭 유키와 짝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담담히 웃으며 잠자코 있었지만 자신이 속은 것에 대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난 엄청난 바보일지도 몰라’
혜진은 중희에게 비겁하다고 손가락질을 했고 중희는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거야 그리고 이따위 속임수에 속은 진우가 멍청한 거라고……"
중희는 남아있는 립스틱과 손수건을 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아무래도 아이돌이니깐 화장품이 필수겠지..... 하지만 립스틱 같은 경우는 일반 성인 여성이라도 항상 휴대하는 물건이잖아 손수건 역시 아이돌과 일반 여성을 가를 수 있는 물건은 아니고…… 이를 어쩐다…... 그러구 보니 립스틱은 비싸기로 소문난 메이커같은데……’
중희는 접혀있는 손수건을 넓게 펴고 확인하듯 이리저리 살피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건 싸구려 보세물품이군…… 어디에도 메이커가 안 찍혀 있잖아….. 후후 이것이 바로 승리를 위한결정타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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