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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한국 최초의 3D FPS 온라인 게임 짱! 온라인~~……."

중희는 이미 태우선배의 이야기를 들어서 진우의 존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동아리 사람들에게 진우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서 짐짓 호들갑을 떨면서 태우의 말을 이었다.

"짱 온라인이라면 바로 2년 전에 한창 유행 탔던 게임이잖아요.~~~ 두 명의 천재 게임 프로그래머가 재미 삼아 만든 거라던데 무료로 네티즌들에게 공개되어서 그때 인터넷상에서 떠들썩한 정도가 아니라 난리가 났었잖아요 현재 한국온라인 게임의 인기도 따지고 보면 그때 일으킨 게임 붐이 큰 영향을 끼쳤을 정도니깐요….. 그러고 보니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괴물 같은 놈들이에요. 당시에 대기업 대원이 2년간 100억 원을 투자해서 국내 최초 3D FPS 게임을 곧 공개한다고 티져광고 열심히 했는데…… 고등학생 둘이서 대기업이 만든 것보다 먼저 최초로 훨씬 뛰어난 게임을 공개해버려서 그때 언론이 난리가 아니었잖아요? 그때 대기업에서 만든 게임은 완전히 망하고 말이에요….. 근데 그 게임이 왜 요?????"

동아리에 사람들은 게임이 좋아서 모여든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1년 전 한국 게임계를 뒤집어 놓았던 짱이란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당시에 워낙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유명한 게임이었던 터라 모두들 중희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아리 방 사람들은 태우가 갑자기 짱이란 게임을 끄집어내는 이유를 몰라 시선을 태우의 얼굴에 고정 시켰다. 태우는 빙긋 웃으며 턱으로 진우를 가리켜 담담히 말했다.

"바로 그 대단한 놈들 중 한 명이 바로 여기있는 진우라고~~~~......."

태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동아리 사람들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감탄사를 내뱉으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예에!!!"

태우는 자신의 말에 역시 기대했던 대로의 반응이 나타나자 이번엔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다시 외쳤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3D 엔진을 혼자서 담당한 사람이 바로 여기 내 앞에 서있는 차진우야!!"

3D 엔진은 게임 그래픽의 표현능력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게임 개발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부분이었다. 짱온라인의 참가한것도 대단한데 3D 엔진을 담당했다니 더욱 진우의 가치가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태우의 말에 역시 사람들은 똑같은 감탄사를 반복하고는 진우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며 수근대기 시작했다.

혜경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는지 확인하듯 진우에게 물었다.

"저….... 정말이니? 태우 오빠가 말한게 전부 사실이야?"

진우는 쑥스러웠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뭐…… 그게…… 예 제가 맞긴 맞아요….. 근데 다른 사람의 입으로 저렇게 설명을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기영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가 언뜻 떠오르는 게 있어 입을 열었다.

" 짱온라인 처음 나올 때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 게임계에서는 한국에서 절대 만들 수 없는 게임이라면서 극찬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외국의 유명엔진을 도용하지만 않으면 불가능하다면서…… 짱온라인이 다른 게임의 소스를 몰래 훔쳐왔다고 난리부리는 사람도 있었잖아…. 짱온라인이 순수 한국기술이라면 내손에 장을 지진다는 삶도 있었고….. 또 이런 게임 엔진이 나온것에 대해서 흥분하기도 하고…… 그때 얼마나 난리였는지…... 그런데 나중에 그 짱이라는 게임의 3D 엔진기술을 미국에서 사가면서…..... 그때 논쟁이 잠재워졌잖아…… 그때 개발자들이 꽤 돈을 벌었다고 그러던걸..… 혹시 그 3D 엔진을 만든 게 진우 너였던 거냐?

진우는 이번에도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담담히 대답했다.

"아…… 뭐….... 그냥 대학 등록금정도 벌었죠……."

동아리 방에 있던 사람들은 진우의 대답에 더욱 놀라는 듯 했다. 눈앞에 약간 어벙해 보이기 까지한 표정으로 서 있는 녀석이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괴물이라며 추앙 받던 엄청난 인물이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는지 놀란 입을 더욱 크게 벌리며 시선을 고정시켰다. 유진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놀라는 듯 했지만 입가에는 왠지 모를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진우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선물로 받은 386의 컴퓨터가 집으로 배달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프로그램 공부를 하기 시작했었다. 진우의 유일한 소꿉 친구인 상민의 아버지가 게임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던 터라 상민의 집에는 각가지 종류의 게임들이 많았었다. 상민은 진우가 컴퓨터를 산 기념으로 당시 제일 잘나간다는 울티마라는 게임을 한번 해보라며 선물 해주었는데 진우는 당시 울티마를 플레이했을 때 받았던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니 그건 감동의 차원을 넘어서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물론 지금은 벌써 퇴색 되어버린 게임 이였지만 방의 작은 기계 안에서 내가 키보드를 움직이는 데로 실행되고 움직이고 있다는 건 실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진우는 울티마를 실행시켜 놓고 데모 플레이를 지켜보며 밤을 새웠다. 시험 공부를 하면서도 밤을 세워 본적이 없었던 진우였기에 다음날 아침까지 흥분이 가시지 않았고 당연히 수업 중에도 칠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날 진우가 했던 일은 이미 충격을 받아 게임프로그램 공부중인 상민과 울티마에 관해서 열띤 토론을 버리며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한 서적들을 구입하는 거였다.

진우의 책가방에는 언제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적으로 가득 차 있었고 체육복이나 참고서 같은 건 부피를 많이 차지하므로 프로그래밍 서적을 한 권이라도 더 갖고 다니기 위해 이런 것들은 가지고 다니지 않을 정도였다. 상민 역시 울티마의 충격과 게임 프로그래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진우 만큼이나 게임 프로그래머에 대한 매력을 느끼며 열정을 갖고 있었는지라 진우와 호흡이 착착 맞아 떨어져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서로의 집을 오가며 게임 프로그래밍 공부에 열중했다. 물론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는데 학교 수업시간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이리하여 이들이 상민의 아버지 도움을 받아 1년 동안에 걸쳐 만든 처녀작이 바로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짱이라는 3D FPS방식의 게임이었고 상민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국 으로 유학 가기 전까지 노력하여 탄생 시켰다.

짱 온라인 게임은 순수 진우와 상민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작품이었다. 상민의 아버지는 이들이 만든 온라인 게임에서 힌트를 얻어 드림퀘스트라는 벤쳐를 창업해 리바이어스라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지금은 온라인 게임 업계에서는 점유율 70%로 부동의 탑을 지키는 독보적인 존재로 키웠다. 혜경은 이미 흘려버린 말이 있었기 때문에 진우의 위대한 경력에도 굽히지 않고 억지를 썼다.

"그래도 규칙은 규칙이니까…… 테스트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태우선배 말대로 실력은 확실히 뒷받침이 되는 것 같다고 쳐요,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것이 실력만 갖고는 안된 다는걸 잘 아시잖아요 실력도 중요하지만 끈기와 체력도 무시 못할 거라 생각해요……"

태우는 혜경의 억지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끈기와 체력을 테스트 해보시겠다?"

혜경은 자신이 생각해도 진우는 게임 쪽에 있어서도 자신과 비교해 엄청나게 앞서 있는 베터랑임에는 틀림없었다. 또한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들이 쌩 억지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는지라 조금도 자신의 의견을 굽힐줄 몰랐다. 혜경은 조금 흘러내린 안경을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며 떠듬거렸다.

"다…… 당연하지요"

혜경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체력 테스트 차원에서 운동장 30바퀴 정도라면 어떨까요?"

진우는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23바퀴 째인가? 24바퀴 째인가? 진우도 잘 몰랐다. 그냥 무작정 뛰고 있었다. 얼굴뿐 아니라 몸 전체에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계절은 낙엽의 푸르름을 지나고 있는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더위는 가시지 않은 듯 한낮의 날씨는 후덥지근했다. 진우는 뺨에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도 않고 숨을 헐떡이면서 처절하게 중얼 걸렸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내가 왜 이런 테스트를 받아야 하냐고!!"

진우는 땅에서 한발 한 발 디딜 때마다 다리가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주위를 지나는 사람들은 진우를 측은하고 불쌍하다는 듯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쳐다봤지만 진우의 눈에는 그들의 시선을 느낄 만한 기력도 없었다. 진우는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때마다 유진이 손을 흔들며 자신을 응원해 주는 모습을 보고는 몸속 깊은곳 어디에서부터인가 자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힘이 쏟아져 나와 고비를 넘겼다.

진우는 태우가 유진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한 듯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태우는 진우가 포기하려는 듯 멈칫 멈칫 할 때마다 유진의 귀에 대고 뭐라고 하자 유진은 창피함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서 손을 흔들며 큰소리로 진우를 응원했다. 진우뿐 아니라 남자라면 누구나 유진의 이런 상큼한 미소와 응원을 받는다면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받을 것이다.

유진은 그만큼 아니 그 이상의 아름다움과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진우 역시 금방이라도 숨넘어 갈 듯 했지만 유진이 자신을 응원해주자 절대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진우가 몇 바퀴를 더 돌아도 동아리 사람들이 저지하지를 않자 진우는 생각하기도 귀찮다는 듯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뛰었다. 그때 진우의 눈에는 유진이 그만 뛰라며 손을 흔들어 됐고 태우와 중희는 그런 유진을 말렸다. 진우는 유진이 자신이 무리하다 다칠 까봐 염려가 되어 그만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 같이 보여 기분이 좋았다.

진우는 없는 힘을 짜내어 걱정 말라며 손을 흔들어 보인 후 몇 바퀴를 더 돌았다. 진우는 한참을 더 돌고 나자 점점 앞이 희미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리도 땅을 박차는 것이 아닌 허공에 떠있는 것이 꼭 물위를 뛰어다니는 기분이었다. 어느 순간 진우는 자신이 달리고는 있는가? 라는 착각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이내 진우는 드디어 한계에 도달했는지 주춤주춤하다 앞으로 고꾸라지듯 넘어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동아리 사람들은 진우가 주춤거리며 쓰러지더니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깜짝 놀라 펄쩍뛰며 우르르 진우에게 뛰어갔다. 태우는 걱정이 되었는지 진우를 중희에게 업으라고 명령하고는 무거운 진우를 업고 힘겹게 양호실로 뛰어가는 중희 옆에서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나란히 뛰었다. 나머지 사람들도 태우 못지 않게 걱정이 되었는지 초조한 눈빛을 하며 태우와 중희의 뒤를 따랐다. 유진은 너무 놀란 나머지 심지어 눈물마저 글썽이고 있었다. 진우는 이마에 얹혀진 얼음주머니에서 전해져 오는 차가움을 느끼고 눈을 떴다. 눈앞에는 유진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고 그 뒤로 태우와 중희가 담담히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경낀 여자의 얼굴에는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어내고 있었다. 유진은 진우가 두 눈을 서서히 뜨며 정신을 차리자 기뻐하며 말했다.


"정신이 드니?"

진우는 자신이 30바퀴를 채우지 못한 채 쓰러진 거에 생각이 미치자 한숨을 쉬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몇 바퀴 정도 뛴 거지?"

유진의 뒤에서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던 태우가 입을 열어 말했다.

"아깝게 2바퀴 모자랐다"

진우는 자신이 테스트에서 떨어졌다는 소리로 이해했는지 더욱 크게 한숨을 쉬었다. 태우는 진우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며 짤막하게 말을 이었다.

"40바퀴에서…….."

태우와 중희는 뭐가 좋은지 큰일이라도 해낸 사람들처럼 마주 보며 웃었다. 진우는 테스트 합격 선이 30바퀴 이었기 때문에 40바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진우는 일단 테스트를 패스해서 기분은 좋았지만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들어 인상을 찌푸렸다. 한편으론 다른 사람들이야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말리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유진 조차도 자신이 폭주해서 뛰고 있을 때 말리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유진은 진우가 원망하는 듯 자신을 쳐다보자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미……. 미안…… 나도 말리고 싶었는데 태우 오빠한테 잡혀서 그만 그래도 난 걱정돼서 몇 번이고 그만 뛰라며 소리를 쳤는데 네가 못 듣고 계속해서 뛰다 쓰러지는 바람에 혹시나 잘못되는 게 아닌가 하고 얼마나 걱정을 했다고……."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기영이 웃으며 유진을 거들었다.
"유진은 잘못 없으니 너무 원망하지 말아라…... 그런데 네놈 정말 아무 탈 없이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네놈이 잘못됐으면 우리도 유진의 손에서 살아날 수가 없었을 텐데……"

진우는 유진이 손을 흔들어 자신을 저지하던 모습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내가 바보지 누굴 원망해!"

태우는 진우의 머리에 손을 얹어 머리카락을 헝클어 트리듯 비벼됐다.

"네가 풀어야 할 급한 일 들이 밀려 있지만 특별히 오늘은 힘들었을 테니 쉬게 해주겠다, 그럼 내일 동아리실에서 보자구……"

"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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