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야~~ 오빠 동생 유리…"
핸드폰에서 유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우는 유리가 반가웠지만 조금 바로 전에 강의실에서 교수님으로 부터 쫓겨난 일을 생각해내고는 이미 한번의 전과가 있는 유리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어 추긍하듯 물었다.
"혹시 방금전에도 말이야…… 나한테 전화했었니?"
"전화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은 처음 거는거야……"
진우는 유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무 일 없다는 듯 새침을 때자 고개를 갸우거렸다.
‘으흠….. 그럼 유리는 아닌가? 도대체 누구지…… 혹시 중희가 아까의 일 때문에 복수를 한건가?’
유리는 진우의 의심에 기분이 상했는지 짐짓 화난 듯 말했다.
"저번에 나 때문에 한번 쫓겨난 거 가지고서 이번에도 나라고 의심하는 거야? 벌써 한참전의 일인데 남자가 쪼잔하게시리 아직도 분이 안풀렸나 보네…… 섭섭하다.. 오빠~"
진우는 유리가 정말 화가 나 있는듯 성난 목소리로 말을 하자 미안한 생각이 들어 우물거리며 서둘러 변명하듯 말했다.
"아…... 아니 그러니깐.. 그게 아니라...... 내 말은 그게……"
진우는 말을 하다 문득 유리의 말을 생각해 보고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지 표정을 고치며 말을 이었다.
"근데 말이야….. 너 내가 강의실에서 쫓겨났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그거야……. 오빠가 말했줬었잖아 일본어교수는 자기 수업시간에 시끄럽게 하거나 졸거나 하면 바로 학생을 쫓아 낸다고……"
진우는 교양 과목으로 일본어를 수강 신청하면서 일본어 교수의 괴짜 같은 성격이 우스워 유리에게 말해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유리도 진우의 얘기를 듣고는 깔깔대며 웃었고 일본어 수업시간이 언제냐고 묻길래 진우는 별생각 없이 가르쳐 주었다. 진우는 유리의 설명으론 변명이 되질 않자 유리가 범인 이란걸 확신한 듯 집요하게 물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막 수업시간에 교실에서 쫒겨난 걸 어떻게 알았냐고?"
유리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눈치챘는지 당황해 하며 우물거렸다.
"아, 그.. 그거 말이지.. 아 그게 그러니깐.. 그게 말이야....그.. 미안해 오빠….."
유리는 겁을 먹었는지 급히 사과를 하고는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렸다. 진우는 유리의 쓸데없는 장난을 따지기 위해 바로 유리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유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얼마후 진우는 유리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받아볼수 있었다.
-오빠 미안 장난인 거 알지……. 설마 귀여운 동생에게 화를 내는 나쁜 오빠가되버린 건 아니겠지? 다음에 집에서 만나도 절대 화내기 없기다… 오빠 알라뷰~ -
진우는 메시지를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쳇…... 하여간 도저히 화를 낼 수가 없게 만든다니 깐~~…….."
진우는 도서실에 들려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해 핸드폰을 진동으로 바꿔놓고 “게임의 운명을 결정하는 상상력과 기획”이라는 게임 기획관련 책을 빌려서 읽었다. 진우는 게임의 운명을 결정하는 상상력과 기획이라는 책이 유익하고 재미있긴 했지만 일주일 전에 새로 의뢰 받아 코딩중인 대여점 에서 쓰이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던 터라 어느덧 책상에 엎드려 졸기 시작했다.
진우는 한참 동안 단잠에 빠져 기분 좋게 웃고 있을 때 끈적하고 뜨끈한 액체가 볼 주위에서 느껴져 기분이 찝찝했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멍하게 고개를 들고 잠에서 깨어났다. 진우는 만사가 귀찮다는 듯 팔뚝으로 볼에 묻은 침을 쓰윽 하고 닦은 후 다시 잠자리에 들기 위해 고개를 숙일 때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시계를 쳐다봤다. 시계는 일본어 강의가 끝나는 12시를 훌쩍 넘어 12: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진우는 유키의 약속을 생각해내고 깜짝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각종 책들을 가방에 구겨 넣듯 대충 넣고는 일본어 강의실로 급하게 뛰어갔다. 진우는 강의실에 도착해 풀이 죽어 30분이나 늦은걸 자책하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강의실엔 다음 강의가 없었는지 텅 비어 있었고 여자 한 명만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진우는 설마 하는 생각에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쳐다봤는데 역시나 유키가 엎드려 곤히 자고 있었는데 진우가 도서실에서 엎드려 자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천진하고 귀여운 얼굴을 하고 새근 새근 그리며 잠자고 있었다. 진우는 잠시 멍하니 유키의 얼굴을 넋이 나가 쳐다보다가 자신의 멍한 상태를 인식하고는 피식 웃으며 옆자리에 의자를 빼내어 앉은 후 중얼거렸다.
"으흠…… 정말 많이 피곤했나보네…… 수업이 끝난줄도 모르고 완전히 깊히 잠들어 있으니말이야……"
진우는 10분 정도 유키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다리다가 유키가 일어날 생각을 안 하자 흔들어 깨우기 위해 손을 내밀다가 순간 다시 움츠렸다. 진우는 유키가 워낙 곤히 자고 있던 터라 차마 냉정하게 깨우기가 미안한 듯 했다. 진우는 하는 수 없다는 듯 빙긋 웃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좀전에 도서관에서 보던 책들을 가방에서 꺼내어서는 읽기 시작했다. 진우가 책을 3분의 2정도 읽어 내려가 책의 내용에 흠뻑 빠져들어 가 있을 때 유키가 잠에서 깼는지 아~ 소리를 내며 움츠렸던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진우는 책을 덮고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이제 일어났니?"
유키는 눈을 비비며 미안한 듯 혀를 불쑥 내밀고는 말했다.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깜빡 잠들어 버렸네….. 깨우지 그랬어? 지금 몇시야? 도대체 얼마나 기다린 거야?"
진우는 시계가 4시를 가리키고 있는걸 확인하고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1시쯤 이였으니깐 3시간 정도인가?"
그제야 유키는 감짝 놀라며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벌써 4시가 된거야?"
진우는 3시간이나 기다렸으면서 짜증나는 기색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오히려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몸이 많이 피곤한 가 봐? 책상에 엎드려서 불편할 텐데 3시간이나 잘 정도니…… 난 혹시난 니가 혼수상태에 빠진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을 다 했었다니깐…… 후후후……"
"사실 어제 밤새도록 CF 촬영을 했거든 뭐……. 밤새어 촬영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니깐 크게 힘들지는 않지만 어제 같은 경우는 비 오는 신 찍어야 했거든… 그래서 비를 잔뜩 맞아서 몇시간씩 촬영을 하다보니 평소보다 피곤이 더 했던 것 같아……"
"아무리 일이 좋다지만…….. 그래 가지고 몸이 성하겠냐?"
진우는 아무래도 걱정스러운 듯 얼굴을 굳히고 말하자 유키는 연기자라는 직업에 맞게 진우의 진심을 느낀 듯 했다. 유키는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빙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고마워 진심으로 걱정해줘서….. 하지만, 난… 정말 괜찮아 나 이래뵈도 체력은 정말 좋은 편이거든…..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강철 체력이라고…… 내가 속한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나한테 많은 계약금을 뗴어준 것도 나의 체력을 높이 평가한 덕분일정도이니깐 말이야~~"
유키는 말을 하며 여전히 미소를 띄운 얼굴에 양팔을 접었다 폈다 하는 모션을 취했다. 유키는 갑자기 생각난 듯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아참!! 그럼 진우도 아직까지 점심을 안 먹었겠네?"
유키는 진우의 대답소리는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리 점심 먹으로 같이 가자……. 내가 맛있는 곳을 알거든…… 내가 사줄게……"
진우는 책상 위에 놓여진 책들을 가방에 집어넣고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점심을 이시간에???"
유키도 4시에 먹는 점심이라는 것이 웃긴 생각이 들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헤헤헤~ 점심이 아니라 빠른 저녁인가?"
유키는 귀엽게 웃으며 말하고는 진우가 책을 챙기길 기다렸다 나란히 강의실 밖으로 걸아 나왔다. 유키는 집에 돌아와서야 가방이 중희의 손아귀에 빠져 있다는 거 깨달았다. 다음날 중희는 화가 많이 나 있었기 때문에 가방을 순순히 건네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키의 애교 어린 웃음과 점심을 사준다는 조건에는 당해낼 제간은 없었던지 가방을 두손으로 공손히 건네 주었다.
<다음회에 계속>
덧말: 여러분의 추천한방이 작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