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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우리 점심 먹는 것도 깜빡 잊고 있었네…… 벌써 시간이 2시나 되었네….. 그런데 진우 너랑 같이 있으니깐 시간 진짜 빨리 간다……"

"그러고보니 슬슬 배에서 신호가 오는 것 같다. 유진아 잠깐만 기다려 봐…… 내기 금방 나가서 도시락 사올 테니깐……"

"도시락?"

"응…… 바로 앞에 도시락 가게가 하나 있거든…… 가격도 착하고 맛도 꽤 괜찮아……"

유진은 아쉬운 듯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 올 때 요리할 재료 좀 사올걸 그랬다……"

진우는 유진을 보며 말했다.

"와~ 요리? 유진이는 음식을 잘 만드나 보다?"

유진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글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많이 가르쳐 주셨는데 맛이 있을 지는......."

진우는 눈동자를 한번 굴리고는 입맛을 다셨다.

"너무나 아까운 기회를 놓쳐 버렸군!!! 내가 죽기 전에 꼭 유진이 만든 요리를 한번이라도 먹어봤으면 정말 좋겠다….."

유진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기대할 정도는 아니야……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한번 만들어 줄게! 그때 가서 맛 없다고 욕하면 절대로 안돼~~~"

"서~얼~마~……"

진우는 도시락을 사기 위해 오피스텔 앞쪽의 -더 먹어- 도시락 집으로 향했다. 유진은 진우가 나가자 조금 전에 진우가 프로그래밍했던 부분을 다시 플레이 시켜보고는 게임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진우는 대단하구나……. 캐릭터의 움직임이 한결 자연스럽고 속도도 매끄럽단 말이야…….’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유진은 받을까 말까? 망설였지만 중요한 전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들었다.

"네….. 여보세요~~~"

전화기 반대편에선 의외라는 듯 감탄사를 발하며 미안한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죄송합니다. 전화번호를 잘못 걸었나 봐요…… 실례했습니다….."

귀여운 목소리의 여자는 사과를 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유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전화기를 내려놓자 내려놓기가 무섭게 벨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전화기에선 조금전의 귀엽고 듣는 이로 하여금 기분 좋게 만드는 여자 경쾌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 이상하네 거기 혹시 742-411x 아닌 가요?"

여자의 조심스러운 질문엔 유진은 진우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던 터라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

상대 여자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잠시 뜸을 들이다 재차 물었다.

"거기 혹시 차진우씨가 사는 곳 아닌가요? 번호는 분명히 맞는데 이상하다……"

"아! 진우요….. 진우는 지금 살게 있어서 잠깐 나갔거든요....... 저기 그런데 누구시죠? 진우돌아오면 연락을 달라고 전해줄께요……"

귀여운 목소리의 여자는 갑자기 힘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 오빠동생인데요...... 그런데 지금 전화 받는 분은 누구세요?"

유진은 진우 동생이라는 말에 방학 때 서울에 있는 집에 내려갔을 때 태우와 패스트푸드점에서 진우옆에 앉아 있던 귀여운 유리의 모습이 떠오르며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유진은 자신보다 어리다 는걸 알았지만 예의바르게 존칭을 썼다.

"아 유리씨구나~ 저 모르겠어요? 저번에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적이 있잖아요?"

유리는 유진의 얼굴이 워낙 미인 이여서 잠깐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 있었다. 유리는 조금은 기죽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유진은 유리가 자신을 기억하고 인사를 해오자 기쁜 듯 말했다.

"날 기억해 주다니…… 너무 고마워요….. 유리씨는 그 동안 잘 지냈어요?"

"예….... 저기 그런데…… 오빠는요?"

유진이 막 대답하려 할 때 중희는 무슨 꿈을 꾸는지 커다란 소리로 잠꼬대를 하기 시작했다.

"음냐…... 유..진...아~ 정말 껴안아도 돼?...... 음냐……."

유리는 전화기에서 유진 이라는 이름을 부르는 해롱대는 목소리가 진우가 잠꼬대 할 때의 목소리와 너무도 유사한 느낌이 들어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

"우리오빠 지금 거기에 정말 없나요?"

유진은 중희의 잠꼬대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유리의 질문에 대답하려 할 때 중희가 한발 앞서 몸을 뒤척이다 유진을 꽉 껴안으려 했다.

"악~ 아아아 아~ 안 돼…….."

유진은 다급한 마음에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미끄러지듯 피했는데 너무 거리를 두고 피하는 바람에 수화기 코드가 빠져나가 버렸다. 유리는 전화기에서 유진의 "안 돼"라며 당황해하는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전화가 끊겨 버리자 이상한 생각이 들어 급하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중 음만 들려 왔다. 유리는 다급한 마음에 몇 번 더 시도해 봤지만 수화기에선 여전히 통화중음만 들릴 뿐 아무도 받지를 않았다. 유리는 진우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봐도 역시 먹통이라 이상한 상상이 됨과 동시에 한편으론 화도 났다.

"안 돼 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지......"

유리는 급히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 일요일을 이용해서 피곤을 다 풀어버리겠다며 안방에서 틀어박혀 잠만 자고 있는 주현을 흔들어 깨웠다.

"아빠 아빠 ~ 일어나 봐요…… 글쌔 오빠가~ 오빠가 글쌔… 지금 오빠한테 큰일… 큰일이났어요"

주현은 단잠을 자고 있었지만 공주같이 키워온 유리가 깨우자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빠라면 진우 말이냐? 진우가 왜?"

유리는 좀 전의 일들을 설명해주고는 여전히 화가 안 풀린 듯 한마디 덧붙여 말했다.

"공부하라고 대학에 보냈더니 여자만 만난 다구요…. 지금 당장 빨리 조치를 취해야지 만약그렇지 않으면 오빠는 점점 더 타락해 갈 꺼란 말 이예요……."

주현은 유리의 과민 반응에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진우가 한 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여자를 방에 좀 들여 논 것 가지고 뭘 그렇게 오버하고 그러니?"

유리는 주현이 진우 편을 들자 더욱 화를 냈다.

"한 두살 먹은 어린애가 아니니깐 문제지 그리고 악~ 안 돼~ 라면서 전화가 끊긴 거란 말이에요…… 아빠도 남자라고 오빠 편드시는 거예요???"

유리는 너무 화가 났는지 심지어 눈물을 글썽이며 방을 뛰쳐나갔다.

"엄마~~~~~…… 엄마~~~~~~ 엄마 어딨어요??"

주현은 유리의 반응에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고 다시 잠을 청했다.

"원래 여자는 속으로 좋으면서도 밖으론 안 돼 안 돼 그러는 거라고….. 진우도 이제 다 컸군……."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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