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즈 동아리에서 대학생 게임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해서 만든 게임은 6월초에 완성시킬 수 있었다. 사실 한국 최초로 3D FPS 게임을 개발한 진우가 작업에 참여한 이상 이건 사기와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진우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게임에 참여하였기 때문에 온전히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는 않았다.
컴퓨터 게임에서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소설과도 비유할수 있는 일이다. 해리포터 이야기의 1권을 조앤롤링이 썼는데 다른 누군가가 2권을 쓰게 된다면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역시 1권을 톨킨이 썼는데 그것을 이어서 다른 작가가 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일이다. 그렇듯이 처음 누군가 컴퓨터 게임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데 중간에 투입되서 메인이 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핵심 프로그래머가 교체될때는 기존의 프로그램 소스를 버리고 다시 작업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진우가 게임즈 동아리에 가입했을 때는 이미 중희와 태우에 의해서 프로그램의 기본구조가 완성되어 있었다. 결국 진우는 프로그램에 에러나 버그를 체크하고 일정한 기능을 추가하는 소극적인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진우는 중희와 태우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서 되도록이면 나서지 않았고 유진이가 특별히 게임에 구현하고자하는 그래픽 효과가 있다면 만들어 주는 정도였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게임 경진 대회인 만큼 진우의 능력은 빛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게임에 에러나 버그가 없는 것만으로 수상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우가 유진의 부탁으로 만들어준 물결처리 효과와 빛의 효과는 획기적인 방식인 만큼 심사위원단들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심사위원단들은 게임이 실행되자 그래픽에 사용된 놀라운 기술들에 경악을 금치못하며 다른 작품을 볼것도 없이 게임즈 동아리의 작품을 무조건 대상으로 결정했다.
게임즈 동아리가 대상소식을 듣던 날 취업이 걱정이었던 태우와 기용이는 특히 기뻐하였다. 게임 제작 대회에서의 대상은 100% 취업을 보장하기 때문이었다. 게임즈 동아리 사람들과 시상식장에 참여한 진우는 누군가 내내 자신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관계로 도대체 누가 누구인지 그 실체를 알 수는 없었다. 대망의 시상식을 끝내고 게임즈 동아리 사람들과 건물을 나서자 뒤에서 진우를 불렀다.
“차진우씨!”
진우가 뒤를 돌아서자 낯선 남자가 썬글라스를 끼고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다른 동아리 사람들은 진우에게 손짓을 하며 커피숖에서 기다릴 테니 얘기 끝나고 오라고 하였다. 진우도 남자쪽을 향해 걸으며 말했다.
“저…… 말입니까? 근데 누구시죠?……”
한껏 폼을 재고 진우에게로 걸어가던 남자는 진우의 반응에 발을 헛딛은듯 휘청거리더니.. 다시 자신의 몸을 추스리고 기분이 상한듯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나 BG소프트의 이민재라고…… 너 때문에 한번 사업 말아 먹었던 나를 모른단 말인가? “
그제서야 진우는 그가 생각이 났다. 이민재는 대원그룹의 막내 아들이었다. 평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 만았던 그는 아버님에게 겨우 졸라서 150억원의 투자를 받고 게임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 자금력 덕분에 승승장구했던 BG 소프트는 100억을 들여서 대규모 3D 온라인 게임을 개발했다. 3년간 한국 최고의 개발자들을 투입해서 게임을 출시하려 할 때 바로 진우의 짱온라인이라는 공짜 게임이 나타나서 BG소프트에 타격을 준것이었다. 유료게임보다 더 근사한 무료게임이 있는데 누가 BG 소프트의 게임을 하겠는가? 그후 짱온라인은 드림퀘스트라는 업체에서 무료로 게임을 서비스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BG소프트의 주가가 폭락하고 투자자들이 돈을 회수해가는 바람에 1차부도에까지 몰렸다. 이민재 사장은 겨우 아버지를 찾아가서 회사의 도산을 막고 새로운 사업전략을 세웠다. 그것은 2인자 전략으로 누군가 개척자 정신으로 새로운 방식의 게임을 개발하면 그회사의 핵심 인력들을 빼와서 똑 같은 게임을 흉내내서 만드는 것이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서 마케팅을 하고서 기존의 게임을 고사시키고 BG소프트의 게임을 부각시킴으로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어 낸것이었다. 독창성 없이 오직 따라하기만 하는 BG소프트의 전략은 많은 비난을 받기는 하였지만 사업적인 성공은 계속되었다.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아는 진우였다. 하지만 이민재 사장을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렇게 아는 척을 하니 뭐라고 해야할지 몰랐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후에 이민재사장이 입을 열었다.
“근데 이런 아마추어 대회에 자네가 참여하는 것은 사기 아닌가? 청소년 국가 대표팀 경기에 성인국가팀 대표가 뛰는것과 같잖나?”
“저는 아직 회사에 다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추가 맞고…… 이동국처럼 성인국가대표팀이면서 청소년 국가대표팀에서 뛰기도 하잖아요……”
이민재 사장은 뭔가 자신이 적절한 비유로 진유를 제압했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가 진우의 반박을 듣고 자신의 논리에 헛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민재 사장은 얼른 다른 쪽으로 화재를 돌리려 말을 꺼냈다.
“ 근데 왜 아직도 본격적으로 게임을 개발하지 않는거지? 자네가 얼른 게임계에 뛰어들어야 한국의 게임산업이 발전할것이 아닌가? “
“ 아직 저는 대학생활을 더 즐기려구요…… 나중에 평생 게임을 개발할텐데…… 벌써부터 게임에 목숨걸고 싶지가 않아요……”
“그러면 대학 졸업할 동안 게임계로 들어올 생각이 없는건가? “
“지금 생각은 그래요……”
“하하.. 이거 정말 섭섭하군…… 예전에 당했던 수모를 제대로 한번 갚을려고 내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4년이나 기다려야 하다니…… 그럴순 없지……”
“4년을 기다리시던지.. 말던지…… 어쨌든 저는 더 할말이 없는 것 같으니…… 그럼 전 이만……”
진우는 이민재 사장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일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것에 기분이 상했다. 그리고 특유의 거만한 웃음과 목소리는 되도록이면 이사람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약간은 도전적인 어투로 이민재 사장의 말을 잘라먹고는 진우는 동아리 사람들이 있는 커피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민재 사장이 나지막히 말하였다.
“ 4년을 기다리라고? 4년을? 절대 그럴순 없지! 내가 3개월안에 너를 불러내주마! 넌 3개월안에 이 약육강식의 게임계로 돌아와야 할꺼야! 그때 내가 당했던 수모를 배로 갚아주지…… “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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