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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누구와의 약속인데……"

진우는 평소 학교 다닐 때 유진이 케쥬얼 차림을 즐겨 입었던 탓에 유진이 정장을 입은 모습은 처음 봤다. 진우는 유진의 모습을 보며 가슴을 두근거렸다. 유진의 케쥬얼 차림이였을 땐 왠지 귀엽고 활달하다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유진의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니 성숙한 여자의 섹시함이 보였다. 진우는 설탕물이 되어버린 콜라를 원샷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유진은 진우가 얼굴을 붉히고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빨갛게 됐다.

"왜 그렇게 보니? 이....옷.... 나한테 잘 안 어울리니?"

진우는 질색하며 손과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부정했다.

"아…... 아니…… 이뻐… 이뻐….. 너무 예쁜서 그런거야……"

진우는 자신이 말해놓고도 쑥스러웠다. 진우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남에게 이쁘다라던가 잘생겼다고 칭찬해본 적이 없었다. 유진은 진우가 대뜸 예쁘다고 말하자 기분이 좋아서 농담을 했다.

"옷이?"

진우는 여전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옷도 예쁘지만~~ 니가 그 그옷을 업었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나는 거겠지……"

유진은 진우의 말에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진우…. 꼭 선수 같은 말만하네….."

진우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무슨 영화니?"

유진은 핸드백에서 영화티켓을 두장 꺼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진우는 영화의 제목을 듣고 기뻐했다.

"와~~ 이거 진짜 보고 싶었던 건데……"

유진은 진우가 기뻐하자 웃으며 말했다.

"정말? 다행이다 괜히 바쁜 사람 끌어내서 미안했는데….."

"바쁘다니 네가 불러주지 않았음…… 집에서 잠 만 잤을텐데 뭘……"

진우는 잠시 생각하고는 말을 이었다.

"하긴~~~ 잠자는 게 우선인 사람도 있지…… 태우형처럼 말이야….."

유진은 태우라는 말에 놀라는 것 같았다.

"태우 선배라니???"

진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오는 길에 태우형을 만났는데....."

유진은 진우가 태우를 만났다는 말에 혹시나 자신이 태우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영화 보자고 했다고 진우에게 말한 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게 됐을 까봐 부끄러운 듯 말했다.

"태우 선배 만났니? 그러면 호.. 혹시.. ... 내가 전화 안......"

유진은 부끄러운 마음에 말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말을 끝 맺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진우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응….. 건널목에서 만났는데 집에서 잠만 자다 배고파서 도시락을 사가는 길이였는데 정말 웃긴 사람이지 잠자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너하고 함께 단둘이 영화 볼 기회를 마다할 정도라니 말이야..... 하여간 태우선배도 정말 별나다 니깐……”

유진은 진우가 모르는 것 같아 한숨을 쉬며 화제를 돌렸다.

"영화 재미있었으며 좋겠다….."

진우도 기대된다는 듯 말했다.

"응……. 이 영화 정말 재미있다고 소문났어……. 엄청 슬프고도 감동적이라고 하던데….."

진우와 유진은 영화관 안으로 들어섰다. 주위의 남성들은 자신의 애인이 옆에 있다 는걸 망각했는지 유진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진우는 유진과 같이 다닐 때면 흔히 겪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우월감에 취해있었다. 진우는 유진의 키가 전보다 커진 것 같아 내려다보니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진우는 하이힐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유진의 종아리에 눈이 멈쳐 고정되었다. 진우는 유진의 매끈한 다리를 보고 생각했다.

"정말 흠잡을 데가 없구나……."

유진은 진우가 자신의 종아리를 멍하니 쳐다보자 물었다.

"왜 그러니? 뭐 이상하니?"

진우는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아…..아니...... 아무것도……"

상영관 안의 관객들 대부분이 여자가 남자에게 머리를 기대던가 서로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이 연인들 사이 같았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자 시끌시끌했던 영화관이 조용해졌다. 유진은 영화 ‘지금만나러 갑니다’의 시작부분에서부터 가슴을 저미는 감동적인 장면이 지나지나가자 자신도 모르게 진우의 손을 꼭 잡았다. 진우는 싫지 않았던 터라 더욱 힘주어 잡았지만 유진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진우는 자신의 손이 유진에게 잡혀있자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진우는 영화 중반부가 돼서야 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다.

진우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두 남녀 주인공이 해바라기 밭에서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어느덧 콧잔등이 빨개지면서 서서히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진우는 얼른 눈물을 흠치며 옆을 보자 유진 역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진우는 우는 모습을 유진에게 들키는 것이 두려웠는지 눈물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 버리고 심호흡을 크게 해 마음을 안정시켰다. 영화가 끝나고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못했고 여자들은 대부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훌쩍이고 있었고 남자들은 여자의 등을 토닥거리며 여운을 즐겼다. 진우는 어색하게 유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그럼 이제 나갈까?....."

유진은 여전히 손수건으로 눈물을 흠치고 있을 때 진우의 말을 듣고 핸드백을 들고 먼저 나갔다.

"그래~"

진우는 유진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밖은 벌써 어둠침침해져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유진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깊게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오늘 영화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그치?"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나도 가슴이 찡한 게 하마터면 유진이 앞에서 울 뻔했다니깐……"

유진은 놀리듯 진우를 쳐다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유진은 진우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우 지금 눈이 빨간데?"

진우는 놀라며 급하게 변명했다.

"아 이건 눈에 뭐가 들어가서 내가 손으로 비비다 보니 빨간 걸 꺼야……"

유진은 여전히 웃으며 놀리듯 말했다.

"난 다 봤지 롱~ 헤헤헤….."

진우는 유진의 봤다는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그랬니?"

유진의 진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해다.

"네가 저녁만 쏜다면 학교에 소문은 내지 않을 테니 안심해……"

진우는 억울한 듯 말했다.

"너도 울었잖아???"

유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뭐 어때 난 여잔데~~~… 사기 싫음 말구….. 내일 당장 진우가 울었던 사실을 태우오빠나 중희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조금만 생각을 해도…… 재미있는 일들이 발생할 것 같은데 말이야~~......"

유진은 태우와 중희가 진우를 놀리는 모습을 상상하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진우는 한숨을 쉬고는 유진의 손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앞장섰다.

"가자~~…. 저녁 먹으러…. 뭐 먹을래?"

유진은 진우가 손을 잡아 당기자 옆으로 더욱 가깝게 붙어 나란히 걸었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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