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핸드폰을 받으며 도서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알고 있다구요…… 부모님 제삿날쯤은..... 금요일 날 오전 강의만 듣고 바로 내려갈 테니 걱정 마세요……"
진우는 말을 마치고 인사를 한뒤 전화를 끊었다. 중희는 진우가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뒤통수를 힘껏 갈겼다.
"퍽~~~…"
진우는 아픈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며 화를 냈다.
"아얏..... 무슨 짓이야?!"
"사실이냐고 묻고 있잖아~~ 이 형님께서......"
진우는 중희가 오전 강의 때부터 쫓아다니며 유진과 영화를 본 것에 대해 추궁하고 있었다.
"누가 그래? 내가 유진하고 영화 봤다고.......?"
중희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네 입으로 떠벌리고 다니는 거 다 알고 있으니 시침 떼지마!! 그런다고 진이가 너한테 묶이리라 생각 되냐?......."
진우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냐? 너 같은 놈들이 괴롭힐걸 뻔히 알면서 내가 왜 소문 따위를 내겠냐? 만날 꺼면 조용히 만나지……"
중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물었다.
"에? 정말 영화 같이 안 봤어?"
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보기야 봤지만……"
중희는 진우의 말을 듣고 화를 내며 감정이 한껏 실어서 진우의 목에 헤드락을 걸었다.
"이게 감히 날 놀려!!!!"
진우는 목이 조여오자 켁켁거리며 말했다.
"진정해 진정….... 난 대타였다구 대타!!!"
중희는 여전히 헤드락을 건 상태에서 힘을 조금 빼며 물었다.
"대..타..?"
진우는 중희가 팔에 힘을 빼자 가볍게 빠져 나왔다. 중희는 진우가 쉽게 빠져 나오자 다시 달려들었다. 진우는 가볍게 옆으로 살짝 피하며 설명했다.
"태우형 대타였단 말이야 진이가 태우형한테 먼저 영화 보러 가자고 했다가 태우형이 바쁘다고 해서 내가 대신 간거라구"
중희는 잠시 생각하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는 게 사실이었나 보구나…….."
진우는 진이가 좋아하던 사람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물었다.
"좋아하던 사람이라니?....."
중희는 손으로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도 혜경 누님한테 들은 건데 진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중희는 말을 하다 말고 진우에게 손을 불쑥 내밀었다. 진우는 중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중희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며 중희가 계속 말을 이어서 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중희는 눈치 없는 진우에게 담담히 말했다.
"오늘 따라 유난히 목이 마르군….. 목이 컬컬하니…… 말도 잘 나오고 말이야……"
진우는 음료수를 사 받치면서 까지 듣고 싶지는 않았던 터라 인상을 찌푸렸지만 진우의 생각과는 달리 몸은 어느새 음료수를 뽑아 뚜껑까지 따서 중희에게 받치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뭐? ... 그 다음은???"
진우는 귀를 쫑 긋세우고 재촉하며 물었다. 중희는 음료수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탄산 성분에 표정을 상쾌하게 찡그리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진이가 어렸을 땐 건강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야 집보다는 주로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어느 날….."
진우는 중희가 본론으로 들어가려 하자 침을 꿀꺽 삼켰다. 중희는 진우의 반응을 보고 음료수를 건넸으나 진우는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재촉했다.
"어느 날 뭐??? "
중희는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느 날도 마찬가지로 병실에만 있는 게 답답해서 병원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병실로 돌아가는데 자기 또래의 꼬마 아이가 부모를 잃었을 슬픔에 멍하니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더래 진이는 병원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그런 광경은 많이 봐온 터라 조금은 불쌍하게 생각했지만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꼬마는 장래식이 끝날 때까지 매일 같은 자리에서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나봐…….. 진이는 처음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꼬마를 동정하게 된 거지 무슨 말이라도 한마디 건네서 위로해주고 싶었는데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멀리서만 지켜볼 뿐 어떤 말도 건네지 못했데 진이는 꼬마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며칠 간 병원 침상에서 내내 울기만 했다가 굳게 결심을 하고 내일은 꼭 무슨 말이라도 해서 위로를 해줘야지 라고 다짐을 했는데 꼬마는 부모의 장래 식을 끝내고 사라진 후였다고 하더라…... 어느새 진이의 마음속에 동경의 대상이 되어 버린거지 유진은 그 꼬맹이가 사라지고서 그 꼬마 생각 때문에 병이 더욱 악화 되어서 고생을 많이 했나봐……"
진우는 중희의 말을 듣고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좋아할 수가 있다는 거냐? 어린 꼬맹이주제에 상사병이라니….. 말도 안돼~~~~`"
중희는 깔보듯 진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고귀하고도 고귀한 섬세하고도 섬세한 여자의 감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겠냐? 여자들에겐 자고로 나이를 막론하고 모성애라는 게 있단다 그건 어리다고 예외는 아니지 유진은 그 꼬맹이가 밤낮 없이 우는 모습을 보고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꺼야……. 헌데 한마디의 말도 건네지 못하고 그냥 떠나 보낸 게 어린 가슴속 깊히 박히게 된거지"
중희는 유진의 마음을 전부 이해한 사람처럼 먼곳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큰소리를 내어 말을 잊기 시작했다.
"그런 던 차에 말이지……."
진우는 중희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중희는 진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유진이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되어 퇴원했을 무렵 우연히 동네 놀이터에서 슬퍼하는 그 녀석을 만나게 된거야….... 둘은 같은 동네에 살았던 거지 유진은 하늘이 주신 기회라 생각하고 위로를 해주려 했지만 그것 역시 쉽지가 않았 나마 유진은 몇 날 며칠을 지켜 보다가 아버지 일 때문에 이사를 해야만 하는 사정이 생겨서 이사 가기 전날 용기를 내어 녀석에게 말을 걸어 위로를 해주었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날 유진이 첫 키스를 위로의 수단으로 썼다는 얘기가 있었....... "
중희는 갑자기 켄에 담긴 음료를 벌컥벌컥 마저 마시고는 분한 듯 켄을 찌그러 트리기 위해 손에 힘을 주었지만 쉽지 않았는지 땅에 내려놓고 인정사정 없이 발로 찍어 눌렀다. 중희는 씩씩 되며 눈에 불을 켜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데…... 제기랄…... 유진의 첫 키스를 뺏어간 놈이 태우 놈 이였다니 이게 말이나돼냐고!!!!!! 순진한 어린 소녀의 순정을 그딴 식으로 이용해도 되느냔말이야?"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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