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새벽 기차를 이용한 탓에 몹시 피곤한 듯 했다. 기차안에서 선잠을 자기는 했지만 선잠으로는 아무래도 만족하지 못한듯 남이 보기에도 안스러울 정도로 졸려운 하품을 해됐다. 강의실 복도를 지나고 있을 때 유진을 발견하고는 반가운듯 큰소리로 불렀다.
"유진아~~~"
유진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아~~, 진우구나!........”
진우는 유진의 평소와는 사뭇 다른 서먹서먹한 태도가 이상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저기…… 이번주 토요일에 영화나 같이 보지 않을래? 바쁘니?"
유진은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
"미안 아무래도 토요일은 좀 바쁠 것 같아……"
"그러면 일요일은 어때??"
유진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지우지 않고 말했다.
"아무래도 그 날도 안될 것 같아……”
"아…… 그…그러니……"
"그거 말고는 다른 볼 일은 없는 거니? 그럼 난 이만 실례할께……"
진우는 유진과 나름대로 친해 졌다고 생각 해서 같이 영화를 보자고 한거 였고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서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유진이 차가운 표정으로 냉정하게 거절을 해버리자 조금은 당황한 듯 했다. 물론 말은 선약에 의한 거절이었지만 유진의 차가운 표정에서 핑계라는걸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유진의 표정은 그만큼 서릿발이 서 있었다. 진우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있을때 중희가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어이~ 이게 누구야 서울의 명문 최고대생 차진우군이 아닌가?"
진우는 인상을 찡그리며 어디선가 나타난 중희를 바라봤다.
"최고대생???"
중희는 진우의 어깨를 격려하듯 두번 탁탁 치고는 어깨 동무를 했다.
"새삼스럽게 모른척은 이미 소문 다 났어…… 다음 학기부터 최고대 교환학생으로 간다며?"
진우는 벌레씹은 얼굴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건 아직 결정된게........"
중희는 진우의 변명은 관심 없다는 듯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중간을 자르며 말했다.
"미리 말해주지 그랬냐? 그래도 친구인데 이런 얘길 네 입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들어야 겠냐? 유진의 태도도 아마 니가 미리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러는 것일테니 너무 섭섭해 하지 말아라……"
진우는 담당 교수에게 이번달 내로 대답해주기로만 하고 아직 결정이 나기도 전에 벌써 교환학생으로 간다는 소문이 나버리자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흠…… 아무래도……뭔가……"
진우는 담당 교수를 찾아가 직접 물어보는게 좋겠다고 결론을 짓고 발길을 돌려 교수실로 향했다. 중희는 진우의 뒤를 따라가며 이를 들어내고 씩 웃으며 말했다.
"진우야~~!! 나 이번주 토요일날 정말 한가 하거든……"
진우는 담담히 말했다.
"그런데??"
"네가 내 영화비까지만 내준다면 같이 가 줄수도 있는데 말이야……"
"난........ 죽어도…... 남자하고는.... 절대로 단둘이서 영화관까지 가서 영화는... 안본다……"
진우는 C.F를 흉내내 듯 말하고는 귀찮다는 듯 중희를 뿌리치고 교수실로 향했다. 진우는 교수실에 이르러서 잠시 멈쳐 숨을 몰아쉰 후 문을 두어번 노크한후에 안으로 들어갔다. 책상에 앉아 있던 교수는 고개를 들어 진우를 확인하고는 하던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오게나~~~!!"
진우는 교수에게 단도직입 적으로 물었다.
"지금 제가 최고대로 간다는 소문을 들어서 말입니다……"
교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런 소문이 났는가? 이상하군…… 뭐…… 어짜피 상관없지 않는가? 소문따위는……"
진우는 교수의 담담한 태도에 눈을 깜빡이며 조금전 까지 흥분해 있던 자신을 되돌아 봤다. 진우는 교수가 소문의 원흉이라 생각했는데 권위 있는 교수가 단번에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자 더 이상 따질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교수는 진우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대답은?"
진우는 순간적으로 멈칫 하며 우물거렸다.
"…… 저~~~~ 그러니깐…… 그… 그게…… 아직은…… 결정을 하기가……"
진우가 확실히 결정을 짓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조건을 머릿속에서 저울지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선뜻 거절하지 못한 이유는 언어를 배우던 중학교때부터 존경해 왔던 c언어에 최고의 권위를 갖은 데이비드 리 박사가 최고대에 교수로 초빙돼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였지만 지금은 부모님 제사로 서울에 올라갔을 당시 지숙이 했던 말도 한몫 거들고 있었다. 교수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후후…… 뭐, 급할 것 없지…… 이번달 30일 까지라고 했으니…… 그렇다면…… 날 찾아온 목적이 뭔가??"
진우는 여전히 우물거리며 목소리를 흐렸다.
"아~~… 예.... 저... 저기... 그게... 그러니깐…… 말이죠……"
"설마 소문따위를 따지러 온건 아닐테고 말일쎄???......"
진우는 뜨끔하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무.. 물론 아니죠, 그따위 소문따위를…… 서…… 설마요…… 저.. 저.. 데이비드 박 교수가 다음 학기부터 최고대에 교수로 초빙됐었다는 얘길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온라인 게임 개발 연구소 담당교수로 말이죠……"
교수는 설마하는 표정으로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아……. 아닌가요?"
교수는 고개를 끄덕인후 빙긋 웃으며 말했다.
"다음 학기가 아니라....... 이미 3/4분기부터 가르치고 있다네……"
교수는 말을 끝마치고도는 껄껄되며 웃었다. 진우는 왠지 교수에게 놀림 당하는 기분이 들어 어색하게 웃고는 작별인사를 한후 교수실을 나왔다. 진우는 유진을 찾아가 변명하고 싶었지만 아직 최고대 교환학생 문제를 자신조차 명확히 결론 짓지 못했기 때문에 확실히 마음을 결정지은 다음 얘기하는게 좋겠다 싶어 변명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진우는 당분간 유진과 친하게 지낼 수 없다는 생각이들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휴우, 당분간 무슨 낙으로 학교를 다닌담……."
"학교를 다니는 낙이라면 오로지 학문탐구지…….."
언제 나타났는지 혜경이 말을 하며 처져 있는 진우의 어깨를 툭툭 두어번 쳤다.
"혜경 선배?"
"왜 무슨 고민있냐? 어깨는 힘이 하나도 없네……"
"아…... 아뇨 그냥.. 세계평화와 경제파탄등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만….."
진우는 정면에서 유진과 웬 낯선남자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는걸 보고는 놀랬는지 동공이 커지며 말을 끝맺지 못했다. 혜경은 진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세계평화가 뭐 어쨌다구???"
진우는 혜경의 말은 무시한채 손가락으로 유진을 가리키며 벌벌 떨었다. 혜경은 진우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결혼한다는 남자가 저 사람인가??"
진우는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뜨며 혜경이 선배라는 사실도 잊고 혜경의 양어깨를 잡으며 급하게 물었다.
"겨…. 결혼이라뇨? "
혜경은 진우에게 양어깨를 잡히자 아픈 듯 인상을 찡그리며 얼굴을 약간 붉혔다.
"아얏……. 이거 놔…... 난 네 선배라구……"
진우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살며시 어깨를 놔주고는 사과를 했다.
"아~~, 미안해요……정말…... 순간적으로 저도 모르게 그만……."
진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결혼할 남자라뇨? 그게 무슨 얘기에요? 혹시…… 어렸을 때 첫키스를 했다는 그 남자가? 혹시??"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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