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평소 뒷자리 보다는 앞자리를 선호하는 편이였으나 이미 강의실 앞자석은 만원이었다. 진우는 중간 자리에 가방을 내려 놓고 목이 말라옴을 느껴 콜라를 뽑아 강의 실로 갖고 들어와 마시며 교수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앞자리에 앉은 3명의 여자들의 재잘 되는 소리가 들렸다. 진우는 엿 듣는 취미 같은건 없었지만 여자애들이 워낙 큰소리로 말하는 통에 안들을 래야 안들을 수가 없었다. 한 여자가 말했다.
"있잖아 요즘 매일 맛사지 하거든 그래서 피부가 미끌미끌한게 윤기가 나는 것 같지 않니? 만져봐 봐….."
다른 여자가 정말로 손등을 이용해 얼굴을 만져보고는 맞장구 쳤다.
"맞어 맞어 와 미끌미끌한게 정말 투명하다 투명해……."
또 다른 여자는 담담히 웃으며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어느사이엔가 이들의 대화 주제는 연예계로 흘렀다.
"유키 이번 3집앨범이 국내에서만 100만장을 넘겼다는데 치……. 구라 아니야???"
"맞아~ 맞아! 무슨 100만장이야……. 10만장이겠지….. 일본에서 판것까지 합친다면 모를까…… 요즘 일본에서 인기 있는건 사실이니깐…… 그런데 일본에서 뜰래면 아주 누드집을 내야 된다며? "
"그래 그래 나도 들었어 얼마 안있어 누드집 내는것도 시간 문제 라더라 일본애들은 취향도 이상하잖니??..... 왜 유키 같은 연애인을 좋아할까?"
고개만 끄덕였던 여자가 여전히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지금 가요계에서 유키만한 가수는 없는 것 같은데 얼굴도 이쁘고 실력도 있어 보이고......"
"얘가 지금 무슨 소리래…... 네가 연예계에 관심이 없으니깐 그런말을 하는거야….. 요즘 실력있는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11인조 남자그룹 때거지 오빠들 춤을 얼마나 잘추는지 알기나 해? 유키가 오빠들보다 춤 잘추는것도 아닌데 실력은 무슨??"
"그래도 직접 작사 작곡을 할정도면...... "
"작사 작곡이야 남들이 해줄수 있는 거지만….. 춤은 자기의 노력 없이는 못하는거 잖니 너 자꾸 유키 두둔하면 절교다….."
고개만 끄덕였던 여자는 여전히 담담히 웃으며 더 이상 입씨름 하기 싫은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얘…...얘 들어봐 있잖니 요즘 인터넷에 Y모양 비디오가 나돈 다는데…… 그거 혹시 유키가 아닐까 걔 원래 그런 끼가 있었잖니 노래부를 때도 좀 헤퍼보이는게……"
진우는 인상을 잔득 찌푸렸다. 진우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남의 험담을 하는것이었다. 특히나 타켓이 유키라니..... 진우는 유키의 험담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울화기 치밀기 시작했다. 진우는 책상을 힘있게 내려 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맨 뒷자리 창가쪽에 가방을 내려 놓고 앉았다. 뭐라 한마디 내뱉어 주고 싶었지만 공인을 씹는것에 대해 괜히 화를 내봤자 자신의 꼴만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았다. 여자들은 쾅소리에 깜짝 놀라 진우를 한번 쳐다보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치…... 웃겨 저러면 뭐 지가 터프하게 보일줄 아나?"
"맞아 맞아 누가 터프하다면서 따라 다닐줄 아나보지……"
고개만 끄덕이는 여자도 진우를 쳐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복학생인가? 처음보는 얼굴이네……
"
진우는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아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내다봤다. 그들이 짖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진우는 음악에 심취했는지 입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톡톡 치는걸 느끼고 이어폰을 빼고 쳐다봤다.
"교수님 들어오셨어요……"
고개만 끄덕였던 여자애가 씽긋 웃으며 속삭이듯 말하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진우는 고마운 생각이 들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진우는 강의를 마치고 지하에 있는 학교식당에 내려와 밥을 먹었다. 개강을 한지 1주밖에 지나지 않아서 밥을 같이 먹을 정도의 친구를 아직 사귀지 못한 상태였다. 그때 누군가 진우의 앞 테이블에 식판을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강의 실에서 교수가 들어온걸 알려준 여자였다. 진우는 주위를 둘러보니 빈자리가 괘 많은걸 보고는 자신에게 용무가 있어서 찾아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우가 먼저 아는 척을 했다.
"아까 고마웠어요……"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담담히 웃고는 말했다.
"뭘요……"
여자는 잠시 뜸을 들인후 말을 이었다.
"복학생인가요?????"
진우는 장난스럽게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잡아 당겨 길게 늘어 뜨리고는 말했다.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
"그런건 아니지만 처음보는 얼굴이라….. 그럼 편입생????"
진우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아뇨….. 부산 문화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온거에요….."
여자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교환되어져 왔다는게….. 너였구나.., 2학년이지?"
진우는 여자가 자신을 물건취급하는 듯한 말투를 썼으나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만히 여자를 쳐다봤다. 유리와 유진만은 못했지만 꽤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자는 진우의 시선을 느끼고는 더욱 귀엽게 웃으며 말했다.
"난 이승혜라고 해 넌 이름이 뭐니???"
"진우….. 차진우"
진우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승혜는 진우의 말에 이름을 되새기듯 말했다.
"차진우라……"
승혜는 진우가 무슨 용무가 있어서 앞자리에 앉은거 아니였냐는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밥을 한술 떠 먹으며 말했다.
"그냥 혼자먹는게 싫어서 왠지 처량하잖아……. 진우는 그런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네……"
둘은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반말을 사용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혼자 보다는 여럿이 먹는게 밥맛이 있긴 하지…. 그런데 네 친구들은?"
승혜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땡땡이….... 기분이 별루라고 오후 강의는 제낀데……"
"흠….. 그래….."
승혜는 밥을 한술 떠먹고는 진우에게 물었다.
"다음 강의 뭐들어??"
"전자계산기 구조론이던가..,….."
"그거 벌써 들어? 딥따 어렵다는데…… "
"어짜피 3학년 전까지는 학점을 따내야 하는 과목이니깐….."
"하긴.....어짜피 듣는거면 일찍 듣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 난 다음 강의가 비쥬얼 베이직인데......"
승혜는 조금은 아쉬운 듯 말하며 밥을 먹었다. 최고대는 기독교 제단여서 과별로 나눠 수 목요일 마지막 강의로 채플이란걸 했다. 진우는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졸음을 참느라 고생을 했다. 진우는 무교였지만 만약 종교를 믿는 다면 기독교로 해야지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는 듯 했지만 타종교를 갖은 학생들은 불만이 많은 듯 참석하지 않기도 했다. 주기도문을 외우고 목사님의 축도가 끝나기가 무섭게 학생들은 우루루 밖으로 나갔다. 진우는 학생들이 다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당에서 걸어나왔다. 그때 승혜가 진우의 등을 떠밀며 반갑게 말했다.
"잘잤어??"
진우는 졸린눈을 비비며 시치미를 땠다.
"승혜구나….. 내가 언제 잤다고 그래??"
승혜는 귀엽게 웃으며 말했다.
"목사님 설교하기 5분전에서 자기시작해서 주기도문 외우기 전까지 딱 40분 잤네 맞지?"
진우는 자신의 정신이 몽롱해진때가 그쯤이라고 생각하고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자세히도 봤네 그려~~~……"
진우는 갑자기 능글맞게 웃으며 장난기 가득담긴 눈을 굴리고는 농담을 했다.
"너 혹시 나 많이 좋아하는거 아냐??? 남자로써 말이야~~~~~"
승혜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왜 좋아하면 안되니??"
<다음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