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지지배들!!"
진우는 중얼거릴뿐 나서서 따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속아넘어간 자신을 조용히 탓하고는한숨을 쉬며 강의실로 향했다. 진우는 마지막 강의는 빼먹고 허둥지둥 바쁘게 집으로 돌아 왔다. 5월 4일은 어린이 날 이브인 동시에 진우네 가족에게는 고아원에 가는날로 정해진 날이기도 했다.. 주현과 지숙은 한달에 두세번 꼴로 찾아 같지만 진우와 유리를 데리고 고아원에 방문하는건 1년에 두 번정였다. 꼭 이날이다 라고 정하고 다녔던건 아니였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5월 4일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갔다.
진우와 유리는 어렸을 때부터 다녀왔던터라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 지숙이 자란곳이기도 했고 진우의 친부모가 자란곳이기도 했기 때문에 고아원에 가면 왠지 외가댁 정도의 느낌이 들었다. 엘림 고아원의 원생은 평균적인 인원은 50명정도였지만 많을때는 70명까지 돌볼때도 있었다.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고아원을 나가는 것이 보통이였으나 주현의 재정적 도움으로 대학진학하는 학생들에 한해서 방을 따로 만들어 졸업할 때 까지로 연장을 시켰다. 하지만 학비문제도 있고해서 대학에 가려는 아이들은 많지 않았다. 지숙과 주현은 고아원에 자주 찾아온터라 50명이 넘는 원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었다.
진우와 유리도 다는 외우고 있지 못했지만 오래된 몇몇 아이들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진우네 가족이 방문했을때는 어린이날로 인해서 그런지 선물들이 많이 배달되어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이미 다녀간 것 같았다. 진우네 가족이 도착하자 아이들 대부분이 우르르 뛰어 나와 기뻐하며 반갑게 맞이 했다. 형식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진우는 낮익은 꼬마가 달려와서 부딪치듯 안기자 손으로 버쩍 안아 들었다. 처음 고아원에 들어왔을 때부터 자신을 잘 따르던 준식이였다. 진우는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
"어이구….. 준식이 많이 컸구나…."
꼬마는 인상을 찡그리며 상심하듯 말했다.
"나 준식이 아닌데..... 용팔인데…."
진우는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꼬마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사과했다.
"미..... 미안해 용팔아 준식이 하고 많이 닮아서……"
주위에 꼬마들은 진우를 쳐다보며 즐겁운 듯 웃으며 놀리듯 말했다.
"용팔이…... 아닌데 아닌데 준식인데 준식인데……'
진우는 준식이가 자신을 속였다는걸 알고는 인상을 찡그리며 겁을 줄려는 목적으로 헹가레치듯 번쩍 던졌다 받았다. 준식이는 겁에 질리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운 듯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주위에 꼬마들은 준식이가 재미있어 하자 서로 해달라며 진우에게 매달렸다. 옆에서 여자아이를 안고 가만히 지켜보던 유리는 진우가 금새 아이들과 친해지자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정신연령이 비슷하니깐 금방 친해지는구나……"
진우는 유리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유리를 쳐다보자 유리는 혀를 불쑥 내밀며 얼굴을 귀엽게 찡그렸다. 유리에게 안겨 있던 꼬마도 유리의 표정을 따라 진우에게 혀를 내밀었다. 진우는 어느세 포위하듯 엉겨붙은 아이들에게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에 더 이상 유리를 상대해줄수 없었다. 주현 부부와 원장은 아이들이 즐거워 하자 흐뭇하게 웃으며 가만히 지켜봤다. 주현은 고아원 내부에 카메라와 조명들이 설치되어 있는걸 보고는 궁금해서 물었다.
"저것들은 다 뭐에요?"
원장은 주현이 가리키는 카메라를 보면서 대답했다.
"오늘 방송국에서 촬영왔는데 아직 연예인이 도착을 안해서 미리 설치만 해놓은거야……"
주현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무튼 꼭 무슨 날만 되면 이렇게 행사다 하면서…. 시끄럽게 군다니깐….."
"무슨 날만이래도 불쌍한 사람들을 생각해주니….. 그나마 다행인거지…… 이런 날 들어오는 보조금이 일년 동안 들어오는 것과 비슷할 정도니까……"
주현은 그래도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씩씩됐다.
"그래도 너무하잖아요 불쌍한 애들을 시청률 올리는 도구쯤으로 취급해버리다니……"
진우가 팔에 힘이 다 빠져 벌벌 떨며 17번째 꼬마를 헹가레 쳐주기 위해 몸을 들어 올릴 때 썬팅을한 고급스러워 보이는 벤이 도착을 했다. 진우는 썬팅한 차를 보며 불만스러 운 듯 중얼거렸다.
"지네가 연애인이야~~~ 뭐야~~~!!!"
꼬마는 진우가 헝가레를 쳐주지 않자 볼을 꼬집으며 독촉을 했다.
"빨리 빨리~~~"
진우는 억지로 웃어 보이고 3번을 헹가레 쳐준후 땅에 내려놓고 18번째 꼬마를 내려다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뒤로도 10명의 꼬마들이 기대에 가득찬 얼굴로 줄을 서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우는 씰룩거리는 팔뚝을 보며 한번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너 혹시 두 번째아니니?"
꼬마는 진우가 안기 편하도록 두팔을 위로 뻗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짧게 대답했다.
"네 두번짼데요……"
“아, 그렇구나…….”
진우는 벌벌 떨리는 근육을 진정시키고 18번째 꼬마를 들어 올릴 때 누군가 뒤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며 반갑게 진우를 불렀다.
"저…...기.., 아!, 진우 맞구나?"
진우는 고개를 돌려 고급스런 원피스에 썬그라스를 끼고 빨간색으로 머리 염색을 한 유키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 유키"
유키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기쁜듯 하얀 치아를 들어내 보이고 환하게 웃었다. 진우는 가요프로에서 간간히 유키를 봐왔지만 실제로 본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진우도 반가운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여긴 웬일이야?"
"저….., 촬영이 있어서… 그런데 진우야 말로 여기는 웬일이야?
"아….여긴 우리 식구들이 가끔오는데야…..”
유키는 알듯말 듯 한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는 유키를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왠지 서먹서먹 한게 어색했다.
아참~ 축하해 밀리언 셀러 날렸다며?"
유키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고마워.."
"3집은 네가 작사 작곡한 노래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더 기쁘겠다."
유키는 진우가 자신의 맘을 딱 알아 맞추자 기뻐했다.
"어….. 나도 3집 내면서 많이 걱정했었어 10곡중 2곡을 빼고는 전부 내가 만들었거든…. 부족한게 많았을 텐데 팬들이 많이 사랑 해주니깐 정말 기쁘고 앞으로는 더 잘해야 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
진우는 유키의 어른스러운 생각을 들으며 담담히 웃었다.
"헤~ 완전 어른이네"
진우는 얼마전에 읽은 신문의 기사가 생각이 나서 물었다.
"싱글음반도 이번에 새롭게 낸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것도 네가 작사작곡 한거니??"
유키는 진우가 자신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을 알고 있자 크게 기뻐했다.
"아~~ 싱글도 곧 나올꺼야.. 지금 녹음이 거의 끝났거든……"
"와….. 그러니.... 빨리 듣고 싶다……"
유키는 잠시 커다란 눈을 굴리더니 말을 이었다.
"정말?
진우는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당연하지 내가 유키노래 얼마나 좋아하는데……"
유키는 진우의 말에 기분이 좋은지 빙긋 웃고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럼 마침 기타도 갖고 왔으니깐 이따 촬영 끝나고 나서 내가 들려줄까? 혹시 약속 같은거 있어?"
진우는 유키의 노래를 미리 들을수 있다는 생각에 어떤 노래일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유키의 미발표곡을 일대일 라이브 들을수 있는 기회인데 약속같은건 있더라도 취소해야지 근데 정말 들려주는거야? "
유키는 잠시 커다란 눈을 굴리더니 말을 이었다.
"혹시 너 노래가삿말 써볼 생각 없니?"
진우는 당황해 하며 손을 절래절래 흔들어 사양했다.
"엑.. 내가.. 어떻게.. 말도안돼"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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