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게 아니라니깐….. 아빠 생일이라서 아빠를 위해 준비한거라니깐…….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자꾸만…..."
진우는 세상에서 오직 유리와 지숙만이 모녀간에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낼 정도로 친한것이라 생각했는데 두 모녀의 대화를 들으면서 두 모녀역시 유리와 지숙과 같은 부류라 생각했다. 진우는 먹성좋게 유진엄마가 갖고온 먹거리를 모두 먹어 치우자 엄마는 접시를 치우며 유진에게 말했다.
"아빠 올려면 아직 시간이 많으니깐 네 방이라도 구경시켜 주지 그러니?"
"아.. 으.. 응"
유진은 대답을 하고는 진우에게 물었다.
"그럴래?"
진우는 유리 말고는 여자의 방을 구경한적이 없었고….... 특히나 유진이 잠을자며 공부를 하는 유진만의 공간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던터라 기대감에 가득차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는 2층에 위치한 유진의 방으로 유진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유진은 막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방금 생각이 났는지 부끄럽게 웃으며 말했다.
"자….. 잠시만 기다릴래?"
진우는 고개를 갸우뚱 하며 대답했다.
"아….. 응….. "
유진은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후 방문을 빼꼼히 열고 진우를 불러 들였다. 방은 상상했던 것 만큼 화려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기풍이 있어 보였다. 크기로 말할 것 같으면 진우가 쓰고 있는 방보다 3배정도가 넓어 보였고 침대도 싱글이 아닌 더블 침대를 쓰고 있었다. 방 중앙엔 거실처럼 손님 접대용 쇼파와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벽에는 커다란 평면형 t.v가 걸려 있었다. 컴퓨터와 전화기는 특히 하게도 속이 비치는 파란 불빛의 누드형이었다. 유진은 쇼파를 뒤로 빼주며 진우에게 말했다.
"여기에 앉아…… "
진우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유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을 때 우연히 책상위에 놓여진 사진이 꽃여진 탁상용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액자에는 유진이 5살 때 가족과 같이 수영장에서 찍은 모습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진우는 액자를 들어 자세히 들여다 보며 유진에게 물었다.
"이….. 귀여운 꼬마가 너 유진이니?"
유진은 진우 곁으로 다가와 웃으며 설명해줬다.
"응….. 그리고 옆에 울상을 짓고 있는게 언니야 언니 처음보지?"
진우는 유진의 언니도 꽤 귀엽게 보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언니도 미인이겠구나? 어릴 때부터 이렇게 귀여운거 보면……"
유진은 진우를 살짝 쳐다보며 물었다.
"왜? 궁금해?"
"아.. 아니.. 그냥.. 미인일 것 같다는 거지…… "
유진은 친언니를 칭찬하는 진우의 말이 나쁘지는 않은 듯 했다.
"오늘 언니도 올꺼니깐 그때 확인해봐 미인인지 아닌지….. "
"언니라면 미국에 유학 갔다고 하지 않았었니?"
"응….. 아버지 생일도 있고 학교문제.. 결혼문제 등등 겸사겸사 잠깐 쉬러 얼마전에 미국에서 건너왔어….. "
"아….. 그러니….. 근데 아까 보니깐 외부손님은 나밖에 없는 것 같던데? 괜히 내가 방해 되는거 아닌지 몰라 모처럼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일텐데"
유진은 진우의 말에 얼굴을 살짝 붉히며 투정 부리 듯 말했다.
"그런 건……. 상관없어…… 혹시…… 부담되니?"
진우는 유진의 귀여운 얼굴이 갑자기 붉게 물들자 이해할수 없는지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말했다.
"부담이 아니라 괜히 불청객이 되는게 아닌가 싶어서….. 그러지….. "
"하지만 형부될 사람도 오는걸 그러니깐 진우가 와도 상관은 없. …..."
유진은 말을 하면서 속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말을 끝맺지 못하고 얼굴을 더욱 빨갛게 물들이며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급하게 막았다. 하지만 진우는 둔했다. 진우는 유진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다만 속으로 유진을 탓했다.
‘형부 될사람 이야…… 이제 곧 한 가족이 되는것이니 상관없겠지만….. 난 완전 남남아닌가?’ 형부 될사람 이야…… 이제 곧 한 가족이 되는것이니 상관없겠지만….. 난 완전 남남아닌가?’
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탁상용 액자를 내려놓으려다 액자에 꽃힌 사진뒤에 무언인가 삐져나온 또 한장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궁금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사진뒤에 또 사진이 들어있는 것 같은데?"
진우는 유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액자의 잠금을 풀어나갔다. 유진은 진우의 말에 깜짝 놀라 급하게 외치며 액자를 뺏었다.
"그.. ….. 그건 안돼~……."
진우는 유리와 놀던 버릇때문인지 유진이 갑자기 액자를 뺏으려 하자 순간적으로 액자를 안 뺏기기 위해 액자를 든 손을 멀찌감치 뒤쪽으로 뻗었다. 유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뒤에 감쳐진 사진만은 지켜야 된다는 일념으로 진우에게 매달리듯하여 손을 뻗쳤다. 진우는 유진이 달려들때 가슴의 물컹한 느낌이 팔로 전해져 옴을 느끼고 감히 맞서 저항을 못하고 뒤로 주춤 물러나다 그만 턱에 걸려 책상 옆에 놓여진 침대위로 벌러덩 넘어졌다. 유진도 달려오는 힘을 진우가 지탱하지 못하고 뒤로 넘어지자 덩달아 진우의 위로 포개지듯 넘어지며 탄성을 질렀다.
"아~….."
그때 노크소리가 짤게 들리더니 유진의 아버지가 대답 소리도 듣지 않고 급하게 들어왔다.유진 아버지는 전후 사정은 모르고 다만 눈앞에 유진이 진우에게 매달리듯 안겨 침대에 포개어져 있자 헛기침을 하며 아미를 찡그렸다.
"에~헴……."
유진과 진우는 헛기침 소리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유진의 아버지를 쳐다봤다 진우와 유진은 유진의 아버지 잡아먹을 듯한 시선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고 자신들이 지금 침대에서 취하고 있는 포옹하는 듯한 포즈를 담담히 내려다 보고는 그제야 인식했는지 깜짝 놀려며 급하게 일어나 몸을 추수리며 얼굴을 붉혔다. 유진은 잠시 망설이다 금새 얼굴 표정을 귀엽게 고치더니 아버지에게 매달리며 애교를 떨었다.
"아빠 왜 이렇게 늦었어….. 얼마나 기다렸다구 배고파 죽겠네 빨리 밥먹으러 가자…..."
진우는 유진이 애교를 부리며 좀전의 일을 얼렁뚱땅 넘기려 한다는걸 알았다 하지만 오해이긴 해도 처음 유진의 아버지 표정은 무섭게 굳어있었기 때문에 유진의 귀여운 애교로도 아버지가 쉽게 이번일을 그냥 넘기려 하지는 않을꺼라 생각해서 전후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말을 꺼내려 할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러자 꾸나……"
진우는 유진 아버지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눈을 껌뻑이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유진의 뒤를 따랐다. 식탁은 말 그대로 진수 성찬이었다. 진우가 난생 처음 보는 음식들도 있었고 맛도 하나같이 예술이었다. 진우는 낯을 가리지 않는 편이였던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골고루 집어먹으면서 밥도 무려 3공기나 먹어치웠다. 그에 비해 유진의 형부가 될 지웅은 진우가 3공기째를 먹을때도 여전히 한공기의 밥도 다 먹어치우지 못하고 쩔쩔매며 먹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지웅은 아예 야채종류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편식을 했다. 유진엄마는 진우의 식성에 기쁜 듯 말했다.
"남자는 뭐니 뭐니 해도 식성이 좋아야지…..."
유진아빠도 반찬을 한나 짚어 먹으며 말했다.
"그럼 그럼 좋아야지…... 좋아야 하고고 말고……"
유진은 엄마의 말에 자신이 칭찬을 받은양 좋아했고 유진의 언니인 유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좋긴 뭐가 좋아요…… 사람이 뭐 돼지인가? 적당히 먹어야지……. 며칠굶은 사람처러 게걸스럽게 말야 예의를 지켜야지….... "
유진의 아빠는 주체성 없게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그럼 게걸스러운건…… 안좋은 거지... ….."
유미는 진우를 쳐다 보며 날카롭게 물었다.
"안 그래요?"
진우는 유미의 갑작스러운 시비조의 질문에 아무렇지 않은 듯 먹던 음식을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아... 네.. 뭐.. 음식이 너무 맛있다 보니깐.. 저도 모르게.. 그만….."
유진은 유미의 말에 화가난 듯 유미와 아빠를 번갈아 날카롭게 째려 봤다. 유진의 엄마도 유미의 버릇없는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며 지웅이 먹을려고 젓가락을 가져간 깃머리 요리가 담긴 접시를 진우앞자리로 옮겨 놓으며 말했다.
"이것도 한번 먹어봐……"
진우는 황송한 듯 지웅의 눈치를 한번 살피며 깃머리를 집어 먹고는 그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별미를 음미하며 깃머리 맛에 취해 그만 자신도 모르게 헤벌레한 표정을 지었다. 유미조차도 진우의 표정이 재밌었는지 처음에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똥말똥 쳐다보다가 이내 쿡쿡되며 웃었다. 깃머리는 소의 위 가장자리에 붙은 두터운 부위에서 양깃의 겉을 둘러싼 질긴 껍질을 벗겨내면 나오는 유백색의 탄력있는 살로 소 한 마리에 불과 서너 근밖에
나오지 않는 비싼 고기였다. 유진의 엄마는 진우의 표정이 재밌다는 듯 웃으며 쳐다보고는 물었다.
"어때?"
진우는 쫄깃쫄깃 하면서도 매우 담백한 맛에 감탄하듯 말했다.
"케.. 켑인데요….."
유진 엄마는 진우의 대답에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설명해줬다.
"이건 내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요리인데 아무리 소문난 깃머리 전문점이라 해도 내실력은 못따라 올걸 이건 1차로 양념에 재워두었다가 먹기전에 매콤달콤한 재벌 양념장을 버무려 숯불에 구우면 되는데.. 양념은 나만이 아는 특별 비기가 숨어있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거든 진우군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들면 언제든 놀러와도돼 얼웨이즈 환영이니깐…..."
진우는 고개르 끄덕이며 유진을 살짝 쳐다보고는 물었다.
"진이도 못만드나요?"
유진엄마는 진우의 말을 오해했는지 눈을 얇게 뜨며 알수 없는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호호….. 당연하지 나만의 비기인데….. 진우군이 우리진이에게 장가들면 매일 먹을수 있겠다 라는 생각은 버리는게 좋을걸 뭐 데릴사위로 들어오면 내가 매일 만들어 줄수는 있지"
진우와 유진은 유진엄마의 농담에 똑같이 얼굴을 붉혔다. 다만 유진이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날카롭게 외쳤다.
"엄마~…..."
식사를 마치고 지웅은 전화를 받더니 급한 볼일이 생겼다며 집으로 되돌아 갔고 유미는 지웅을 바라다 준다며 같이 나갔다. 유진과 엄마는 파출부 아줌마와 뒷정리를 하며 설거지를 도왔다. 진우는 포근한 쇼파에 앉아 포만감에 취해 자신의 배를 쓰다듬고 있을 때 유진의 아빠가 포도주 병을 보이며 말했다.
"한잔 하겠는가?"
"아.. 예.. 저야 주면 뭐든지 먹는성격이라…… "
"여자두?"
진우는 유진아빠의 갑자스러운 강도 높은 농후한 농담에 우물우물 거렸다.
"저.. 저기 그건….."
유진 아빠는 진우가 쩔쩔 매자 크게 웃으며 말했다.
"껄껄걸 뭘 그리 놀라나 남자끼리는 원래 이런 음담폐설을 하며 놀아야 재미가 있지 않은가?"
"아... 예….... 뭐..."
"아….... 난 정말 아들이 갖고 싶었다네 아들과 술을 마시며 음담폐설을 나눈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이런게 남자의 로망이 아니던가?"
"아.. 예.. 뭐 하지만 전.. 아버지랑 그런 야한 농담은 하지 않는…....편이라.."
유진 아빠는 믿을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반신반의 했다.
"엑~ 정말인가?"
"예.... 당연히 그런 얘기는 왠지 부자지간이라도 좀 그렇죠….. "
"흠.. 이상하군 난 아들이 생기면 이런 로망을 즐기고 싶었는데 별난 부자지간이구만... 뭐 그건 그거고 하여튼 한잔 받겠나???"
진우는 넙죽하며 잔을 받고는 술병을 받아 유진 아빠의 잔에도 따라줬다. 유진과 유진 엄마도 뒷정리를 끝냈는지 과일 안주를 갖고 거실로 나와 쇼파에 나란히 앉았다. 유진의 아버지와 유진 엄마는 진우를 아들처럼 허물없이 대하며 농담을 했고 진우도 소탈한 성격 답게 격식을 차리지 않고 농담을 받아가며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 유진 아버지는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으며 말했다.
"좋구나 좋아... ….. "
유진 아빠는 얼큰하게 술에 취한 듯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진우는 10시가 넘어서야 유진의 집에서 나왔다. 유진엄마는 친정집에 놀러온 딸에게 싸보내는냥 몇가지 음식을 싸서 줬다. 진우는 처음엔 사양했지만 유진엄마의 완고함에 받지 않을수 없었다. 진우는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쓰러져 있는 유진 아빠에게 작별 인사를 하자 유진 아빠는 벌떡 일어나 진우의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엑…. 뭐야 ? 왜? 벌써 가려구? 좀더 놀다가지 그러나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인데….."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뒷말이 꼬이며 다시 쇼파에 누워 잠이 들어 버렸다. 진우는 담담히 웃고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유진아빠를 가쁜히 번쩍 안아 들고는 유진 엄마에게 말했다.
"어느 방으로 가면 되죠?"
유진엄마는 진우의 행동이 기특한 듯 웃으며 안방으로 인도했다. 진우는 유진아빠를 눕히고는 유진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진우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
유진은 진우의 거짓없는 말투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는 원래 남앞에서 취한모습 잘 안보이시는데.. 네가 편한가봐….. 아빠 상대하느라 귀찮았지?"
"아니….. 정말 재밌고 즐거웠어 정말이야….."
진우는 식사를 하면서 지웅과 유리 아버지와 형식적인 몇마디의 대화말고는 하지 않았다는걸 생각 하고는 말을 이었다.
"근데….. 아버지하고 형부될사람하고 사이가 별로 안좋은가봐?"
<다음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