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도 시킬겸 산책이라도 하자……"
유키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진우의 뒤를 따랐다. 진우는 유키에게 황당한 우스게 소리를 하며 유키를 웃겨줬고 유키는 보통 썰렁하다고 무시해도 될만한 얘기들마저 배를 잡으며 웃어줬다. 진우는 날이 점점 어두워져 시계를 보니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유키는 밤 하늘을 쳐다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여유롭게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는게 무척 오랜만인 것 같네……"
진우도 유키를 따라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헤…… 그러니? 하긴 넌 워낙 바쁜 생활을 하니깐……"
유키는 문득 생각이 난 듯 말했다.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가 그러셨어……, 밤하늘의 유성을 남녀가 같이 보면 두사람은 죽을때까지 행복하게 살꺼라던데 정말일까?"
진우도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얘기 나도 들은적 있어……"
유키는 반가운 듯 손바닥을 마주치며 말했다.
"정말? 진우도 엄마한테서 들은거야?"
"아.. 아니.... 치.. 친구한테서……"
진우는 말을 하며 유진이 유성에 관한 얘기를 할때 눈동자를 반짝이던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며 알수 없는 한숨을 쉬었다. 유키는 진우의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불쑥 말했다.
"아항, 여자친구한테서 들은거구나? 그치……?"
유키는 진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씁쓸하게 웃으며 이어서 말했다.
"보통 남자들끼리는 그런 낭만적인 얘긴 잘 안하잖아…… 그래서 여자친구겠거니 했는데 정말인가 보네요 표정을 보니깐……"
유키는 고개를 돌려 진우의 표정을 살피듯 쳐다보며 여전히 어두운 표정을 하고는 담담히 물었다.
"혹시 애인사이야……?"
진우는 유키의 갑작스런 물음에 당황해 하며 우물쭈물 대답했다.
"애…… 애인은…… 그런거 아니야.. 그냥 학교 친구야……"
"학교친구?"
"응 전에 문화대 다닐 때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거든 아…… 그러고 보니 너하고도 한 학교니깐 동창이 되는거네……"
유키는 진우의 말에 기대하는듯한 눈빛을 하며 다시 물었다.
"문화대 다닐 때? 그럼 그분은 지금 부산에 있는거야?"
"응? 아....아니. 그애도 2학년부터 나랑 같이 문화대 교환학생으로 왔거든 그애 아버지가 워낙 딸을 애지중지 하셔서 억지좀 쓰셨나봐……"
유키는 가만히 진우를 바라보고 있다가 힘없이 중얼 거렸다.
"정말 아버지 때문만에 올라온걸까?"
유키는 힘없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고개를 젖혀 밤하늘을 쳐다봤다. 진우는 유키의 말뜻을 이해할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무슨 뜻인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는지 유키의 가느다란 목선을 따라 멀뚱멀뚱 밤 하늘의 별만 쳐다 봤다. 진우와 유키는 밤 9시가 넘어서야 서울로 출발을 했다. 진우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오다 시화방조도로를 넘어 서울로 향했다. 진우는 시화호 다리가 다가오자 유키에게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눈감고 있다가 딱 열만 세고 눈떠볼래?"
유키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진우가 시키는데로 잠자코 눈을 감고 숫자를 셋다
"하나, 둘, 셋, 넷.... ……"
유키는 숫자를 세면서 찬바람이 느껴지는게 차창문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유키는 어느세 열을 다세고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이제 눈 떠도 되?"
방조제 공사로 이젠 육지가 되어버린 대부도는 주변의 바다와 밤이라는 분위기에 네온사인이 어울러져 멋들어지고 아름다운 경치를 뽐내고 있었다. 유키는 너무도 감동한 나머지 그만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유키는 시화호 다리를 건너는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우! 정말 이쁘다. ……"
진우는 유키가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자 자신도 마음이 들뜨는게 기분이 좋아졌다. 유키는 한참을 넋을 잃고 구경을 하다 이윽고 시화호 다리를 벗어나자 고개를 돌려 진우에게 말했다.
"나 지금 감동한 것 같아…….. 너무 좋아~……"
진우는 유키의 말에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하하 멋있지?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우울할 때 여길 지나면 기분이 정말 상쾌해지고 좋아지거든 하지만 아름답고 이쁘다 뭐 그런 느낌은 아니였는데…… 너랑 같이 봐서 그런지 혼자 볼때하고는 느낌이 좀 다른데……"
유키는 진우의 말에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좋은곳들을 많이 알고 있는것보니 여자 꼬실 때를 대비해서 미리 사전답사한거 같은게.. 꼭 바람둥이 같아~~~~"
"바람둥이라니…….. 풍류남아라고 해줬음 좋겠는데.. 아름다운곳을 찾아 정처없이 떠도는.. ……"
유키는 진우의 능글맞은 농담에 쿡쿡 되며 웃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나…… 지금껏 너무 바쁘게 앞만보고 살았나봐 여기를 처음 지나보는것도 아닌데…… 난 이런 경치가 있다는것도 몰랐거든, 공연 때문에 지방을 내려갈때도 언제나 이쯤 지날때면 자고있거나 노래를 만들거나 그랬던 것 같아, 하긴 부모님 만날 시간도 거의 없을 정도니깐 휴~ 나 한심하지?"
"한심이라니? 그만큼 열심히 살았으니 지금의 네가 있는거잖아? 지금의 네자리는 다른 사람의 두세배 이상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 놓은거니, 넌 자랑스러워 해야하는거라구 난 정말 네가 존경스러운걸……"
진우는 유키를 만나기전 아이돌 가수에 대한 생각은 기획사에 의해 길러진 인형 이라는 값 싼것이었다. 기획사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아이돌이란 자리에 앉힐수도 떨어뜨릴수도 있는 기획사의 뜻대로 움직이는 인형같은 존재 그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유키를 만나고부터 유키의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과 숨쉴틈 없는 바쁜 생활을 보면서 아이돌이란 자리는 한순간에 얻어진게 아닌 다른 사람보다 두배 세배의 많은 노력을 해야만 얻어 낼수 있는 꽤나 값진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기에 진우의 이말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의 말이었다. 유키는 진우의 말에 꽤나 감격했는지 운전하는 진우의 옆모습을 한참을 쳐다보다 이내 밝게 웃었다.
유키는 서울시내에 들어서기 전부터 가슴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곤히 잠에 빠졌다. 처음엔 자지 않기 위해 눈을 깜빡이며 애를 써봤지만 몸이 몹시 피곤했는지 어느세 스르륵 잠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진우는 예전에 유키를 집에까지 바라다 준적이 있었기 때문에 유키의 도움 없이도 유키가 사는 집까지 쉽게 찾아 갈수 있었다. 진우는 이미 유키의 집 바로앞에 차를 세워 놓고도 감히 유키를 깨우지 못했다. 유키의 자는 모습은 너무도 귀여운 천사같은 얼굴을 하고 자고 있었는데 너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터라 진우는 감히 깨우기가 미안했는지 조용히 각을 잡고 앉아있었다.
진우는 유키의 루즈를 바른 빨갛고 아담한 앵두같은 입술과 숨쉬때마다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적당히 솟아있는 가슴을 힐끗 힐끗 쳐다보며 희미하게 얼굴을 붉히고는 알수 없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때 다행인지 불행인지 진우의 핸드폰이 큰소리를 내며 울려됐다. 진우는 조심스럽게 폴더를 열어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전화기에선 카랑카랑하고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빠 나 유린데 엄마가 언제 들어올껀지 전화 걸어보라고해서……"
유리는 엄마가라는 말에 잔뜩 힘을 주어 강조하며 말을했다. 진우는 핸드폰 벨소리에 잠에서 깼는지 천천히 눈을 뜨고 있는 유키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으……..응 12시 정도면 집에 도착할 것 같은데 왜? ……"
"왜라니? 늦은시간까지 연락도 없으니깐 그런 거겠지…… 근데 밥은 먹었어? 엄마가 밥차려 놓을껀지 물으시는데……"
유리는 이번에도 엄마가라는 말에 더욱 힘을 주어 강조하며 말을했다. 하지만 진우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지 담담히 말했다.
"아니 됐어…… 밥은 먹었으니깐 그냥 나 신경쓰지 말고 먼저 주무시라고 그래……"
"응 알았어…… 그럼 끊을께 조심해서 들어와ㅍ"
"그래…… 잘자……"
진우가 전화를 끊자 유키가 졸린 눈을 비비며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누구? 엄마?"
"아니 동생 "
"동생이라면 유리씨? 흠….... 오빠 많이 생각해주네 밥먹는 것 까지 챙겨주고 난….. 형제가 없어서 그런지 그런거 보면 정말 많이 부러운거 있지….... "
"그러니? 근데 많이 피곤했나봐?"
유키는 귀엽게 웃으며 대답했다.
"헤헤…. 미안해… 내가 깜빡 잠들었지?.. 실은 어제 1시간도 제대로 못 잤거든….."
진우는 유키의 말에 걱정스러운 듯 놀라며 말했다.
"정말? 그럼 오늘 푹 쉬지 그랬니? 뭐하러 약속같은걸......"
"아니야…. 오늘 정말 즐거웠어….., 집에서 잠자는것 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시간이었는데요 뭐 그리고 그 전부터 내가 얼마나 기대를 했었다구요 오늘같은 날을……"
유키는 수줍게 말을 하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벌써 다 온거야? 여기 우리동네 같은데......"
"응 맞아……"
"그럼 혹시 내가 일어날 때 까지 그냥 기다리고 있었던거야? 도착했으면 깨우지 그랬어? 전에도 그러더니......"
"지금 막 도착했는데 뭐…..."
진우는 유키에게 차키를 건내며 말했다.
"나 이만 갈게 피곤해 보이는데 푹 쉬어……"
유키는 차키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잠깐만… 시간도 늦었는데 대중교통 이용하는것보다 차라리 이차 타고 가는게 낫지 않겠니?"
"응? 하지만 너도 차 쓸일이 많을텐데 내가 타고 가면……"
"내가 같이 타고 갔다가 오면 되잖아……"
"됐어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할래 괜히 피곤할텐데 무리할 필요 없어 난 정말 괜찮으니깐 얼른 들어가서 푹 쉬기나하라구….."
진우는 말을하고는 차에서 내리려 할때 유키가 또 다시 불러 세웠다.
"아, 자.. 잠깐만……"
진우는 고개를 돌려 유키를 쳐다보며 말했다.
"응? 왜?"
유키는 쑥스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좋은곳에 데려가 줘서 정말 고맙다구…… 그리고, 정말로 즐거웠어"
진우는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그랬니? 다행이네"
진우는 빙긋 웃어보이고는 차에서 내렸다. 유키도 따라 내리며 그윽한 시선으로 말했다.
"조심해서 들어가"
진우는 손을 높이 흔들어 작별을 하고는 천천히 골목을 빠져나갔다. 유키는 예쁜 눈을 깜빡이다 문 득 생이 났는지 외쳤다.
"아참, 콘서트 꼭 와야되~~~""아참, 콘서트 꼭 와야되~~~……"
진우의 몸을 돌려 팔을 이용해 머리위로 원을 그려 보이고는 손을 크게 흔들었다. 유키는 진우가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가만히 뒷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피식 웃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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