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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진우는 지숙의 외침에 눈을 비비며 억지로 눈을 떴다. 지숙은 진우가 눈을 뜨길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다가 수화기를 건네고는 밖으로 사라졌다. 진우는 상의를 일으켜 앉으며 잠이 덜깨 낮게 깔린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 진이..."

유진의 목소리는 왠지 다행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진우는 반갑게 아는 척을 했다.

"아, 진이구나 ......."

"자다 일어났나봐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았어?"

"응, 그 동안 누적된 피로좀 푸느라고......."

진우는 벽에걸리 시계를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어제 9시부터 잤으니깐 15시간 정도 잔게 되는건가?"

"와~ 곰이 겨울잠 자는 것 같애? 무슨 잠을 15시간이나, 난 7시간만 자도 눈이 저절로 떠지던데"

"그러니? 난 18시간 까지 잔적도 있는데 오늘도 네 전화만 없었다면 18시간의 기록을 깼을지도 모르지 하하"

진우는 자랑스럽다듯 말을 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유진은 토라진 듯 목소리를 고쳐 진지하게 말했다.

".... 미안, 기록 갱신 방해해서"

진우는 유진의 오해한듯한 말투에 서둘러 변명하듯 말을 돌렸다.

"...아, 그런뜻이 아닌데... 아, 그러구 보니 정말 오랜만이네..."

"정확히 2주, 그런데 뭐하고 다닌거야? 핸드폰으로도 연락이 안되고 집으로도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일하러 갔다구만 하시구……."

진우는 중희와 태우의 안부전화 말고는 없었다는 유리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전화... 했었니..?"

"응, 여러번"

진우는 기분좋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랬구나... 급한일이 갑자기 생겨서 좀 바빴거든"

"핸드폰도 안되던데?"

"회사내에서는 메인 컴퓨터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수 있다고 핸드폰을 잠시 맞겨놔서"

"흠... 그랬구나.... "

"근데 뭐, 급한 볼일 이라도 있었던거야?"

".... 아.. 아니 급한건 아니구.... 저번에 빌렸던 게임씨디 돌려 줄려고..."

"게임씨디? 아 그거, 서둘러서 주지 않아도 되는건데..."

"그게... 마침 네가 사는 동네에 볼일이 좀 있어서 갈꺼거든 그래서 가는김에 줄려는거지"

"엔딩은 본거야?"

"응, 3번, 처음에 하는 방식이 좀 어려웠는데 나중에 익히고 나니깐 점점 쉬워지더라구"

"와, 3번이나 대단한데?"

"헤헤, 재미 있어서 계속해버렸어.."

"그치? 그게 100만카피 이상 팔린 인기작이거든, 그렇다면... 몇시에 만날까나?"

유진은 잠시 시간을 계산해보다 입을 열었다.

"지금이 11시니까.. 2시쯤 어때? 장소는 양천구청역앞에서..."

양천구청역은 진우네 집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다.

"응, 난 괜찮긴 하지만 여기까지 올려면 네가 불편하지 않아?"

"아니 난 괜찮아 어짜피 그 근처에 볼일이 있거든"

"음.. 그러니? 그럼 그렇게 하자"

"응, 그래, 그럼 이따 봐"

"그래 이따"

진우는 30분이나 일찍 역에 나가 있었다. 양천구청역은 나오는 개촬구가 한곳뿐이 였기 때문에 길이 어긋날 염려는 없었다. 진우는 유진을 기다린다는 목적을 갖이고 개촬구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20분쯤 지나서 유진은 통이 넓은 곤색 바지에 빨간색의 티를 입고 등에는 보기좋은 모양의 가방을 메고 나타났다. 유진은 이상하게도 개촬구를 통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양쪽으로 갈라진 목동 14단지쪽 방향의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진우는 잠시 유진의 아리따운 모습을 멀리서 감상하다 이내 손을 흔들어 반갑게 맞이 했다. 유진도 진우를 발견하고는 귀엽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진우는 의외라는 생가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어디 다녀오는 길이니?"

"응, 아까 말했잖아 근처에 엄마 신부름을 왔거든"

"심부름?"

"응, 이모가 이 근처에 살거든, 엄마가 전해주라고 한게 있어서 갖다주고 오는길이야"

"이모님이 이 동네에 살아?"

"응, 목동 14단지"

"와, 바로 옆이네 왠지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

"옛말에도 몸이 가까워야 마음도 가까워 진다는 말이 있잖아"

유진은 의미 불명의 말을 하며 씩 웃었다. 유진은 등에 맨 가방에서 게임씨디가 담긴 박스를 꺼내 진우에게 건넸다.

"자, 여기, 정말 재미 있었어"

진우는 박스를 건네 받으며 빙긋웃었다.

"재미있었다니 다행이네 그런데 이후에 혹시 약속 같은거 있니?"

유진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아니, 왜?"

진우는 잠시 뜸을 들이며 쑥스러운 듯 우물거렸다.

"....그...그럼 지금 영화라도 같이 보러가지 않을래?"

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정중하게 거절했다.

"싫어"

진우는 자신의 호의가 무참히 거절당하자 당황한 듯 식음땀을 흘렸다. 유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영화는 나중에라도 볼수 있으니깐 오늘은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진우 네 방좀 구경하면 안될까?"

"내방?"

"물론 진우의 자취방에 가본긴 했지만.. 진짜 가족이 있는 집을 보고 싶단말이야.."

"아, 뭐 상관 없긴 하지만...."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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