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하얀색 투피스를 깔끔하게 차려 입은 여사원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로 인도되었다. 여사원은 회의실 문을 열어주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만 앉아계세요 개발부 팀장님에게 연락했으니 곧 오실껍니다."

진우는 여사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문에서 가까운 원형탁자에서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여사원은 진우가 자리에 앉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이내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사라졌다.

회의실은 제법 넓었으며 특이하게도 20여명이 앉아 회의하는 거대한 사각탁자가 아닌 5-6명이 앉아 토의할수 있는 원형의 탁자들이 여러개 놓여있었기 때문인지 진우는 회의실이라는 이미지 보단 꼭 학교 매점같은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다.

벽에는 양쪽으로 30여개의 표창장들과 상장들이 비싸 보이는 나무액자에 끼워져 걸려 나열되 있었다. 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표창장과 상장들을 하나하나 훑어봤다.표창장들의 대부분은 게임진흥공단이나 벤쳐협회에서 받은것들이었지만 영문으로 적인 표창장들도 눈에 띄는걸루 봐서 외국에서도 받아온 모양이었다. 진우는 자신이 영어에 잼병이라는걸 잠시 잊은 듯 표창장에 적힌 영문을 해석하기위해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진우는 역시나 해석이 불가능 했는지 피식 웃으며 변명하듯 자신을 타일렀다.

"전문 용어가 많아서 뜻 파악하기가 힘들군"

한참이 지나서 30살이 조금 넘어보이는 안경을낀 팀장이 손에 서류뭉치를 들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팀장은 깔끔한 이미지의 정장을 차려입은 여사원과는 대조적으로 청바지 차림에 가벼운 면티를 입고 있었다. 팀장은 진우에게 미안한 듯 말했다.

"많이 기다렸죠? 갑자기 급한 전화가 오는 바람에 죄송하게 됐네요"

진우는 담담히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팀장은 진우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는 실장님이 직접 미팅을 해야 하는데 실장님이 지금 유키씨 동영상 촬영 문제로 제주도에 내려가셔서 일주일 후에나 오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대신 하게됐네요... 어떤 일을 하는건지는 알고 오셨겠죠?"

진우는 실장과 유키가 같이 제주도에 내려갔다는 말에 왠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예 그냥 대충.. 게임쪽 기초적인 코딩정도라고."

"그래요 진우씨가 맡을 파트는 아마 애니메이션과 동영상 처리하는 일부하고

오브젝트를 움직이는 코딩정도가 될꺼에요 뭐 자세한건 메인 프로그래머가 지시해 줄테지만.... "

팀장은 테이블을 손톱으로 리듬을 타듯 툭툭 쳐보이며 진우의 프로필 서류를 훑어 보고는 말을이었다.

"프로그램 경진대회 3회 입상이라..... 꽤 하려하군요 아직 나이도 어린데..하지만 소프트웨어쪽하고 게임쪽은 엄연히 다르다는거 아시죠? 일단 게임쪽은 동아리에서 한번 만들어본 초심자 인것 같기는 하지만 진우씨의 실력이라면 금방 적응할수 있을꺼라 생각해요 그리고 저의 회사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어느 한도내 이상의 중요 소스를 공개하지 않는게 방침이니만큼 그렇게 어려운 일들을 맡기지는 않을꺼에요. 그러니깐 초심자들도 할수 있는 기본적인 수준의 코딩을 한다고 해서 자존심 구긴다라는 생각은 안해주셨음 해요"

"헤.. 설마요"

팀장은 서류봉투에서 또 다른 서류 뭉치를 꺼내 확인하듯 한번씩 훑어보며 넘겨 보고는 진우에게 건내며 말했다.

"이 서류들은 기획안과 시나리오에요 건축에 비유하면 설계도와 같은 것이니 설계도에 따라 건축공사를 하려면 제대로 읽어두는게 좋겠죠? 그리고.. 아마도 본격적인 프로그래밍 작업은 다음주 금요일 회의가 끝나고서부터 시작할테니 수요일쯤부터 출근하는게 좋겠네요 아마 그때 메인 프로그래머가 코딩에 관한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 설명해줄꺼에요 "

진우는 출근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출근이요? 재택 아니였나여?"

팀장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게임쪽은 소프트웨어 개발과는 달리 재택으로는 어려워요 소프트웨어는 임무를 주고 코딩해온 것끼리 링크해서 만들어도 크게 차이가 없겠지만 게임은 다르거든요 보통 기획자와 메인프로그래머가 기술적인 부분을 상의하고 결정을 본후 프로그래밍을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회의에서 나온 설명만으론 시나리오를 100% 구현하기란 어렵거든요. 그래서 가능한 프로그래밍을 기획자나 시나리오 작가가 곁에서 참견하면서 같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재택근무방식은 게임쪽에선 좀 무리가 있어요. 진우씨는 학생이라 학교에 묶여 있는상태니깐 일단 방학 전까지는 그냥 하루에 한번정도 들려 주시면서 재택근무 형식으로 하면 되구요 회의가 있는 금요일에만 회의 시간에 맞쳐오시면 되요 보통 회의는 오후 늦게 열리니깐 학교 수업에는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을꺼에요 하지만 방학을 하면 아마 회사에서 살다시피 해야할꺼에요 출퇴근 형식은 어려운가요?"

"아.. 아뇨 뭐 꼭 학교수업 때문에 그런게 아니고 보통 의뢰를 받아 집에서 처리해왔기 때문에.. 좀 생소해서요 하긴.. 게임은 그렇겠네요 아무래도 기획자 의도대로 구현 하려면 같이 만드는게 아무래도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 나올테니.. 그럼 전 수요일부터 출근하면 되는건가요?"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일단 수요일부터 방학하기 전까지 하루에 한번정도는 들려주었음 좋겠네요"

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팀장과 악수를 나눈후 작별을 인사를 하고 회사를 빠져 나왔다. 진우는 바로 집에 돌아와 팀장에게 받은 기획안과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특징... 유키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 한 후 작곡능력과 가창력, 연기력등을 늘려나간다. 목표를 달성한 후에도 여러 가지 이벤트와 실력을 더 키워 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자동으로 게임이 계속 진행된다. 유저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갈수 있는 것이다. ..... 본 게임은 가상체험을 통한 대리 만족을 확실하게 제공할 수 있다........ 이후 본 게임은 인터넷과 고속 통신망의 발달로 인해 10000여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을 해서 플레이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으로 발전 시킬 것을 대비해야함 .... "

진우는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중얼거렸다.

"성장시뮬레이션이 어떻게 온라인 게임으로 발전될수 있는걸까?"

진우는 몇장을 더 훑어봐도 거기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지 않자 bg소프트측에서 보안을 목적으로 자신에게는 자료를 주지 않은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우는 이부분에 강한 호기심을 쉽게 떨쳐 버릴수 없었는지 입맛을 다시며 한숨을 쉬고는 다시 기획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 진우가 기획안을 정독하고 시나리오로 넘어가 읽기 시작할 무렵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진우냐?"

수화기에선 반가운 듯 진우의 이름을 불렀지만 진우는 반가워 하는 목소리주인이 언뜻 떠오르지 않자 얼굴을 생각해내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진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얼굴이 떠오르질 않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조금 망설이듯 물었다.

"예 그런데요 누구...? "

상대방은 역시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함에 섭섭했던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벌써 내 목소리를 잊어먹다니 나야 나 기영이"

진우는 그제야 생각난 듯 감탄사를 내뱉으며 변명을 곁들여 반가워했다.

"아.. 기영선배 오래간만이에요 목소리가 전보다 굵고 멋있어졌네요 "

기영은 진우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히 나타나자 섭섭했던 마음이 풀렸는지 기분좋게 웃으며 말했다.

"후후 그동안 잘지냈냐?"

"저야 언제나 싱글벙글이죠 기영선배는 어때요?"

기영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휴우 지금까지는 좋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진우는 기영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되물었다.

"예?" 예?"

"나 혜경이랑 결혼한다.. 청첩장 보냈으니 곧 도착 할꺼야"

진우는 혜경이란 이름에 한번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에?... 결혼이요? 혜경이라면 게임동아리에 그 혜경선배요? 국문학과..."

"네가 아는 혜경은 또 있을지 몰라도 내가 아는 혜경이는 걔말고는 없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다음회에 계속>

어느덧 80회입니다. ^^;; 그런 의미에서 추천 한방 어떠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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