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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는 혜경은 또 있을지 몰라도 내가 아는 혜경이는 걔말고는 없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진우는 불과 몇 개월전까지만 해도 둘 사이가 사귄다거나 할만큼 가깝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던터라 여전히 믿지 못하는 눈치였고 결혼한다는 사람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라 혹시 자신을 속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설마 순결하고도 고귀한 결혼을 갖고 장난을 치고 계신건 아니겠죠?"
"고귀하고 순결하기는.. 나도 제발 장난이었음 좋겠다. 혹시나 청첩장 못받을 경우를 대비해서 전화하는거니깐 그런줄 알고 있어 그럼 이만 끝는다."
진우는 궁금한게 많았던터라 기영이 갑작스럽게 전화를 끊으려 하자 급하게 붙잡았다.
"자.. 잠깐만요"
하지만 기영은 진우의 외침을 못들은건지 못들은척 무시를 한건지 핸드폰은 이미 끊겨져 있었다. 진우는 잠시 어리둥절 해 있다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는 듯 곧바로 유진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유진이니?"
"진우구나? 나도 마침 물어볼게 있어서 전화할려고 했는데 전화벨이 갑자기 울려서 깜짝 놀랐어 우린 역시.. 통하나봐.."
진우는 유진의 통한다는 말에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며 말을 돌렸다.
"아 그랬니? 근데 물어볼꺼라니?"
"응 기영 오빠한테 청첩장이 왔길래 뭔가 이상해서 너한테도 왔나하구"
"청첩장?.. 흠.. 그럼 정말인가보네..
난 아직 청첩장은 못받았는데 좀전에 기영선배 한테 전화로 결혼한다는 얘기는 들었거든 혹시나 날 놀리는게 아닌가 싶어서 너한테 물어볼려고 전화한거였는데 청첩장까지 일부러 만들어 놀리지는 않을테고 결혼한다는거 정말인가 보네.. 상대가 혜경선배라니.... 대체.. 어떻게 된건지.."
"그러게 나도 혜경언니하고 기영오빠가 결혼 하게될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정말 사람일은 알수가 없는건가봐? 더욱이 이번주 토요일이라니 너무 갑작스러워 얼떨떨한거 있지"
"뭐? 토요일? 그렇게나 빨리"
"응 청첩장에는 토요일 인터파크 웨딩홀이라고 쓰여있네.... 부산역 근 진이 식장에 갈꺼지?"
"응 당연히 가봐야지 넌?"
"나도 당연히... 그럼 같이 가면 되겠네"
"같이? 둘만?"
"응.. 왜? 안돼?"
"아니 난 좋긴한데 태우 오빠도 회사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 있잖아"
"아 맞다 태우형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직했었지. 근데 일요일이면 몰라도 토요일 2시면 회사 퇴근시간 때문에 좀 어렵지 않을까?"
"그런가? 하긴 아직 신입사원이니 조퇴하는것도 좀 그렇겠다"
진우와 유진은 태우와 기영이 둘도 없이 친한 친구사이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기영의 평생에 한번 하는 중요한 예식에 태우가 참석하지 않을리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태우라면 조퇴가 아니라 월차를 내서라도 식장에 참석할꺼라는걸 진우와 유진은 분명히 알면서도 둘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듯 태우라는 존재를 무시해 버렸다.
토요일이 되어 진우는 서울역까지의 거리를 계산해서 30분이나 일찍 집에서 출발했지만 대방동 근처에서 3중추돌 사고로 인해 약속시간보다 10여분 늦게 도착했다. 진우는 서둘러 서울역 대합실에 들어서자 유진이 무릎위로 조금 올라간 분홍색 투피스에 검은색 핸드백을 들고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유진은 진우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활짝 웃어보이고는 책망하듯 말했다.
"늦었어"
진우는 화사한 모습의 유진이 귀엽게 투정을 부리자 심장 박동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두근거림을 느꼈다. 진우는 확 안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며 사과를 했다.
"미.. 미안"
유진은 진우가 자신이 사준 넥타이를 매고 있는걸 확인하고는 손을 뻗어 넥타이를 만지작 거리며 기분좋은 듯 귀엽게 웃었다.
"내가 사준 넥타이 또 했네?"
"으.. 응 왜 이상하니?"
"아니 잘 어울려서.."
기차안은 주말이여서 그런지 빈자리 하나 없는 만원이었다 진우는 표에 찍힌 좌석번호가 연결되는 숫자였음에도 좌석이 앞뒤로 나누어진 최악의 번호였는지라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였다. 진우는 유진의 옆자리에 앉은 30대 중년의 남자에게 양해를 구해봤지만 30대 중년의 아저씨는 유진의 미모에 넋이 나가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는지 완강히 거절했다. 하지만 다행이 진우의 옆좌석에 앉은 할머니는 진우에게 털끝만큼의 미련도 없었던지 순순히 바꿔 주었기 때문에 진우는 유진과 나란히 앉아 기분좋게 부산까지 올수 있었다. 유진은 대구역에 도착할 무렵 새벽 늦게까지 전화로 혜경의 푸념을 들어 주었던 탓에 새근거리며 졸기 시작했다.
진우는 졸음을 참는 듯 눈을 깜빡이다 어느세 쌔근거리며 자신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어 잠자고 있는 유진의 하얗고 잡티없는 깨끗한 피부를 보고 있자니 한번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는지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용기를 내어 볼에 손을 갖다되고는 미끄러뜨렸다. 진우는 손끝으로 전해져오는 부드러운 감촉에 기분이 좋은 듯 헤벌레 웃었다.유진은 볼에서 간지러움을 느꼈는지 몸을 움직여 한번 뒤척이더니 진우에게 더욱 밀착하여 깊은 잠에 빠졌다.
진우와 유진은 식장입구에 도착하여 방명록 이름을 적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친하게 지내던 동아리 식구들이 웅성되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동아리 식구들은 진우와 유진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와 맞이해 주었다 중희는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진우의 손을 잡고 놔주려 하질 않았다.태우는 결혼식의 사회를 맡았기 때문에 거울을 보며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도 긴장을한 탓에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회수가 기영보다도 더 잦았다.
결혼식은 예정 대로 2시에 시작 되었다. 신랑이 입장하고 신부가 입장하자 사람들은 박수를치며 환영을 했다. 혜경은 눈에 띄는 미인은 아니였지만 신부화장을 해서 그런지 확실히 평소와는 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유진은 그런 혜경의 모습을 부러운 듯 눈을 빛내며 쳐다보다 중얼거렸다.
"혜경언니 참 이쁘다. 그치?"
진우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네"
결혼식은 식순에 의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식순의 마지막인 기념사진촬영을 마치기가 무섭게 배가 고팠는지 피로연장으로 서둘러 갔다.진우도 배가 고팠는지 피로연장으로 향하고 있을대 중희가 슬금슬금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며 속삯이듯 말했다.
"너도 갈꺼지?"
"당연히 가야지"
진우는 당연한 듯 대답했지만 중희의 질문의 뉘앙스가 피로연장을 말하는 것 같지가 않아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되물었다.
"근데 어딜?"
중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제주도"
진우는 중희의 의도를 몰라 인상을 쓰며 물었다.
"제주도?"
그래 제주도"
"제주도는 갑자기 왜?"
"당연히 신혼여행의 별미라 할수 있는 첫날밤을 방해하기 위해서지"
진우는 웃기지도 않은 중희의 생각을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
"쳇 내가 어린애야 그런짓을 왜하냐?"
중희는 진우를 슬쩍 쳐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담담히 말했다.
"유진은 간다고 했는데?"
"거짓말 하지마 진이가 그런짓에 동참할 리가 없잖아 태우형이면 몰라도"
"물론 태우형도 가기로 했지"
그때 유진은 혜경과 얘기를 나누다 진우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다. 유진은 혹시나 기영과 혜경이 들을까봐 조심스럽게 말했다.
"호호 재밌을꺼야 그치?"
"엉?"
"제주도 말야 제주도"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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